미국 GM이 지난해 총 903만대의 차를 팔아 다시 세계 1위로 복귀했다. 2008년 도요타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지 4년,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지 3년 만이다. 2007년 937만대의 실적을 거뒀던 GM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판매가 2년 전보다 20%나 감소, 1위 복귀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GM은 폰티악·새턴·허머·사브 4개 브랜드를 정리하고 2만1000여명을 해고, 14개 공장을 폐쇄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왕의 귀환'에 미국 자동차 산업 본산인 디트로이트시(市)가 들떠 있던 지난 10일(현지시각), GM 본사에서 댄 애커슨(Akerson·64) 회장을 만났다. 그는 숫자, 등수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는 듯 "10년 뒤에도 자동차 산업의 리더로 남기 위해 수익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타던 차'에는 관심 없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982~2000년 사이 태어난 젊은층)가 열광할 만한 재밌고 파격적인 차를 내놓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금의 10대·20대는 아버지가 타던 캐딜락엔 관심이 없다”면서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1위 복귀를 축하한다.

"판매 증대는 계속 달성해야겠지만, 세계 최대가 아니어도 가장 수익성 있는 자동차회사가 되는 편이 낫다. 기업에는 흥망이 있다. 10~20년 전 최고의 기업은 소니(SONY)였지만, 지금 가장 가치있는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10년 후 자동차 산업의 리더가 누가 될지 생각해 본다. GM은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앞으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역시 수익성이다."

―올해(2012년) 1위를 지킬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과 도요타의 올해 공격태세가 만만치 않다.

"시장을 잘 읽는 회사가 이길 것이다. 반도체나 섬유 광학분야, 통신분야를 보라. 최초로 기술을 개발한 업체보다, 그것을 잘 마케팅해서 제대로 내놓은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GM도 기술에 관해서는 최고였지만, 시장대처 방식이 한발 늦어서 일본 업체들에 자리를 내줬었다. 일본 업체들은 시대의 흐름을 잘 탔고,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 내놔야 효과가 좋은지 알고 있었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1.4리터급 쉐보레(소닉RS)와 2.0리터 콤팩트 캐딜락(ATS)을 내놨다. 젊은층을 위한 마케팅도 강조했는데.

"신세대를 아는가. 그들은 곧 핵심 소비자가 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 5년 내 우리 신차 구매자의 40%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신세대들의 구매행태 등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인 MTV 산하 컨설팅팀에 젊은세대 공략법을 의뢰했다. 소형차 '소닉'을 출시하면서 비행기에서 차를 집어던지는 등의 파격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젊은층에게 충격을 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화젯거리가 됐으면 했기 때문이다."

―신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GM만의 비법이 있나.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꾸민 모델하우스를 만들고, 거기에 온갖 집기와 닌텐도 위(Wii) 게임기 등을 비치한 다음 젊은이들이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들이 뭘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물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불과 10년? 아니 2년 전만 해도 GM은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흥미롭다.

"GM은 이제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 20대인 젊은이들이 금방 40세가 되고, 조부모가 될 것이다. 앞으로 주요 고객층이 될 이들의 '지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GM이 GM 전체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GM대우에서 한국GM, 쉐보레로의 전환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역동적이고 수준도 높다. 현대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브랜드를 수용할 의향이 매우 높은 개방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GM 점유율이 20%도 달성할 날이 올 것이다(현재는 10%). 한국은 중요한 수출거점이다. 과거 GM 전체 생산시설 중 제조비용이 낮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중간 수준. 그래도 괜찮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계속 신흥시장 수출 거점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친환경차의 흐름은 하이브리드인가. 아니면 전기차인가.

"전기차다. 수소연료전지차이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건 대세는 전기차다. GM은 수소연료전지차 기술 개발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인데, 연료전지차는 배기구에 아기 얼굴을 갖다대고 숨 쉬게 해도 안전하다. 물만 나올 뿐 배기가스가 전혀 없다."

―GM의 올해 전략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 못하는 분야를 파악하고 이를 인정할 것이다. LG를 보라. LG는 배터리 기술, 전기 모터, 주변 컴포넌트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우린 이걸 인정하고 LG에 일정한 수요(주문)를 보장하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과거의 GM이었다면 우리가 배터리까지 만들겠다고 덤볐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탄소섬유는 톈진, 전기차는 상하이차와 협력하고 있다. 새 비전을 갖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사업을 끌어나갈 것이다."

☞댄 애커슨 회장은

MCI·넥스텔 등 통신회사를 거쳐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책임자를 지낸 금융전문가. 자동차 산업 경험이 전무(全無)한 그가 2010년 9월 GM 회장으로 취임하자 업계 전문가들은 그가 '쓰러진 공룡' GM을 되살릴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해군대위 출신인 그는 특유의 공격적·직설적인 스타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취임 2개월 만에 GM 재상장에 성공했고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