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유일하게 산업용 가열로 생산
-EPC 업체와의 관계, 환경문제는 해결 과제

“처음에는 서러웠죠.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대림엔지니어링의 '파이어 히터'(Fire Heater) 사업부로 출발했다가 외환위기 때 분사한 회사다. 김방희 대표이사는 “당시에는 서운한 마음이 컸다”고 회상한다.

대림엔지니어링은 1986년부터 산업용 가열로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납품해왔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로 사정이 어려워졌고, 이듬해 대림산업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히터 사업부는 떨어져 나왔다. 제이엔케이히터라는 사명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가정용 보일러와 달리 산업용 가열로는 석유·화학공단의 공장 등에서만 볼 수 있는 대형설비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석유·화학업체에는 압축기, 반응기(Reactor), 에어쿨러(Air Cooler) 등과 함께 필수설비로 꼽힌다. 대당 가격도 최저 10억원에서 최고 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김 대표는 “산업용 가열로를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12곳에 불과하다”며 “한국에는 제이엔케이히터만 이 제품을 만든다”고 소개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중동과 남미, 동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 김방희 대표이사

◆ 분사 설움 딛고 그들만의 리그서 우뚝

김 대표는 “대림에서 독립할 때의 목표는 ‘글로벌 가열업체를 만들자’였는데 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다”며 “우리의 사업이 열역학을 이용하는 사업이니만큼 열역학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자는 목표를 새로 세웠다”고 밝혔다.

가열로가 고압·고열을 견디면서 장기간 유지돼야 하는 설비이다 보니 제품의 신뢰성과 내구성, 사후관리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가열로 시장은 구매자에 의해 사전 승인된 업체끼리 경쟁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부린다.

제이엔케이히터의 행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 대표는 “대림이라는 대기업의 우산 아래 있을 때와 달리 독립한 이후에는 기업들이 생소한 이름의 업체에 일거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며 “구매자로부터 실력 있는 업체라고 인정받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인정받는 데만 해도 3~4년은 족히 걸렸다"며 "국내의 설계·조달·시공 일괄패키지(EPC) 업체 중에서는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가 처음으로 우리를 인정해줬는데 그때가 창사 5년째인 2003년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제이엔케이히터는 순풍을 탔다. GS건설이 추진하던 카타르 프로젝트까지 거머쥐자 중동 국가들로부터 협력제의가 줄줄이 들어왔다. 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시장 진출도 개시했다.

◆ 안정적인 실적…금융위기 때도 성장 계속

제이엔케이히터의 실적은 늘 안정적이다. 2008년 662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에도 842억원으로 늘어났다. 2010년에는 910억원으로 또 한 번 증가했다. 이 기간에 영업이익도 51억원, 125억원, 150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이엔케이히터의 2010년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16.48%에 이른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셈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직접 제조를 하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고 상당 부분을 국내 부품업체들에 외주를 발주해 조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이엔케이히터의 올 3분기 말 임직원 수는 약 60명에 불과하다.

향후 제이엔케이히터의 성장기반은 남미와 옛 소비에트연방이 쪼개진 독립국가연방(CIS) 시장이다. 그는 "어느 한 지역에만 집중할 경우 그 지역 경기가 죽으면 회사 실적이 휘청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진출한 에콰도르 등을 기반으로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공략할 것"이라며 "CIS 시장에도 유럽·일본 가열로 업체들이 진출해 있지만, 러시아에 대리점 계약을 마치는 등 이 시장 진출준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PC 업체와의 갑을(甲乙) 관계는 리스크

제이엔케이히터가 안정적인 실적달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이익률이 높은 만큼 제이엔케이히터에 갑의 존재인 EPC 업체들로부터의 가격 인하 압력이 거세다. EPC 업체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낼 때 이들과 동반진출하면서 얻는 매출이 많은 만큼 EPC 업체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EPC와 동반진출 시 이익이 생기더라도 일정 부분은 EPC 업체와 나눠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게다가 가열로가 다량의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이다 보니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를 비롯한 환경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이엔케이히터는 해외 사업주로부터 직접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2007년 이후 5개의 프로젝트를 이란 사업주로부터 직접 수주한 것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대만 등 8개국에서 현지업체와 영업제휴를 시행, EPC 업체로부터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규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상장하고서 272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은 것도 차세대 시장인 에어쿨러콘덴서(ACC) 기술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ACC는 공기로 열교환기를 냉각시켜 증기를 응축하는 방식이라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엔케이히터 실적 컨센서스

◆ 애널리스트가 본 투자포인트

박한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경제 위기에도 신흥국 경제발전으로 석유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산유국들은 대형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설비를 발주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제이엔케이히터의 2011년 매출액은 약 1000억원으로 예상돼 전년 대비 1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매출액은 16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박승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이엔케이히터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이는 일부 프로젝트 공정 지연으로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연간 수익추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