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에서 남쪽으로 15㎞쯤 떨어져 있는 경기도 과천시는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 등 정부기관 7개 부처가 입주해 있는 행정도시다. 2010년말 기준 과천시의 면적은 35.86㎢(1084만7650평)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0.04%를 차지하고 있다.

과천은 1413년 경기도 광주목 과천현에서 1895년 과천군, 1914년 과천면으로 바뀌었고 1982년 정부 제2종합청사가 들어서면서 1986년에 ‘시’로 승격됐다.

과천은 고구려 시대에 ‘율목(栗木)’으로 불렸는데, 밤나무(栗)가 많은 고을이어서 율목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와 율목이 ‘산을 넘음’이란 뜻이기 때문에 남태령과 같은 큰 고개를 넘어서 들어오는 곳이라 그렇다는 의견이 있다.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한국의 풍수지리’란 책에서 과천을 “기어 넘지만 편안한 곳”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과천으로 가려면 복잡한 사당역 사거리와 남태령 고개를 지나야 갈 수 있는데, 과천으로 들어가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래미안슈르' 아파트의 전경.

최 전 교수는 "관악산이 지금 서울 시민의 휴식처가 됐지만, 산의 임자는 서울 관악구가 아니라 과천"이라며 "산룡(山龍)이 어디를 감싸 안고 있느냐가 풍수에서 매우 중요한데, 과천은 관악산의 얼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산룡은 풍수가들이 산을 일컫는 말로, 산줄기가 마치 용이 꿈틀대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천은 관악산을 진산(鎭山·집단 거주지의 뒷산)으로 삼고 중앙동, 별양동, 갈현동을 명당 판으로 삼고 있다. 최 전 교수는 과천이 관악산 연주대를 주산(主山·main mountain) 정점으로 하고 서울대공원 바로 남쪽에 있는 응봉(鷹峰)을 안산(案山·혈과 정면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산)으로, 청계산 줄기인 국사봉을 조산(朝山·안산 뒤로 있는 산)으로 삼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과천청사보다 청사에서 서쪽으로 1㎞쯤 떨어진 중앙공무원 교육원 터가 혈장(穴場·혈이 있는 장소로 생기가 최종적으로 모여 응결된 곳)에 더 해당한다고 말했다. 혈장은 관악산 쪽에 다가서야 하는데 정부과천청사는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전 교수는 "혈장은 시공적 단절감 때문에 잘못하면 아집과 독선, 권위주의적 의식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정부청사는 지금의 자리가 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 도시 중에 풍수적 원칙에 이만큼 잘 들어맞는 도시는 과천 외에는 다시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고층 빌딩이 더 들어서지 않아 도시 규모가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면 과천 시민은 축복받은 사람들"고 말했다.

중앙 공무원교육원과 과천종합청사의 위치도. 공무원교육원이 관악산의 좀 더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