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을 때는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된다. 물건이 만들어질 때마다 속속 팔려나가기 때문(출하).

그런데 대개 경기가 나빠지면 금세 물건 판매량은 줄어들지만, 공장가동은 바로 멈추지 않는다. 창고에는 팔리지 않았던 제품들이 쟁여져 가고(재고) 생산이 감소한다.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출하량은 늘고 재고는 줄어들며 뒤이어 생산이 증가한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지만 GDP 증가율은 한 해 또는 1개 분기가 지나야만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기업들의 제품 출하나 재고에 관한 사항은 상대적으로 빨리 확인할 수 있다. '생산자 제품출하 지수'와 '생산자 제품재고 지수'는 이런 점에서 유용하다.

출하·재고지수는 매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중 광공업생산지수에 들어있는 항목이다.

세부적으로는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업종 633개 품목이 얼마나 잘 팔려나가는지를 나타낸 게 '출하지수'다. 다만 전기·가스업종에서 생산되는 전기나 가스 등은 재고로 쌓아둘 수 없다. 이 때문에 '재고지수'를 만들 때는 이 업종의 품목 114개를 제외한 519개 광업, 제조업 품목의 재고 정도를 참조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전체 산업부문의 생산이 2010년 11월에 비해 3.1% 증가했다. 이 중 광공업 생산지수도 2010년 11월에 비해 5.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광공업 생산지수를 구성하는 출하지수와 재고지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출하지수는 2010년 11월 141.4에서 지난해 11월 145.7로 3.0% 늘었지만, 재고지수는 같은 기간 132.8에서 157.3으로 18.4% 늘었다. 물건이 팔려나가는 비율보다 쟁여지는 비율이 더 빨리 늘어났다는 말이다.

전체 출하량과 비교해 재고량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고/출하비율(재고율)도 지난해 9월 104.1%에서 10월 109.0%, 11월 114.1%로 3개월 연속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큰 틀의 지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경기둔화 조짐이 출하지수, 재고지수에서 확인된다.

문제는 이달 말에 발표될 '2011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뚜렷한 경기 회복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 유럽재정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가운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은 대외 불확실성을 더 키워 경기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