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아무런 이유 없이 "아, 왠지 열받게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같은 학교 학생 얼굴을 때린다. 주먹으로 맞은 학생의 얼굴에선 피가 튄다. 주변 학생들은 "심심한데 잘 걸렸다"며 쓰러진 학생을 집단으로 발로 차고 밟는다. 이 학교에서는 매일같이 잔인한 학교 폭력이 반복된다.

지난 2008년부터 매주 금요일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에 연재되고 있는 '열혈초등학교'라는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의 한 장면이다.

6일 현재 182회 연재된 이 웹툰은 전체 관람가로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매회 이유 없이 폭력과 욕설, 피투성이의 피해자가 등장한다.

127화 '왕따'라는 제목의 웹툰에서는 평소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전학생이 온 뒤 괴롭힘이 줄어들자 '이유 없는 초조함과 공허함'을 느끼고, 다시 집단 구타를 당하자 "이 느낌 바로 이거야! 살아있음이 느껴진다"고 독백하는 장면을 그렸다. 왕따 폭력 피해 학생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만화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마니아층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는 "열혈초등학교 웹툰을 보는데 실제로 열혈초등학교가 있느냐"는 질문도 있고 "열혈초등학교를 너무 좋아하는 초4(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못 본 47화 좀 올려주세요"라는 글도 있다. 회당 댓글이 500개를 넘기도 한다.

초등학생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상 만화에서 학교폭력이 우스갯거리로 묘사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인기 웹툰에 나타난 학생폭력 장면은 보기에도 잔인하다. 여러 명이 왕따 학생을 발로 밟는 장면(왼쪽), 피투성이인채로 구타당하는 모습(오른쪽 위), 친구에게“아 왠지 열받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때리는 장면(오른쪽 아래). 만화 주인공들은 초등학생이지만 모두 어른 얼굴을 하고 있다.

야후코리아,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현재 연재되는 웹툰 340개 중 이 만화처럼 학원 폭력을 주제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가감 없이 그리는 웹툰은 11개에 이른다. 대부분이 아무런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웹툰 '폭풍의 전학생'은 한 고등학교로 전학 온 학생이 학교의 '주먹짱'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반 학생들과 '조폭이 저리 가라' 할 만큼의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김상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아이들은 폭력성이 짙은 웹툰을 보며 폭력의 구체적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면서 "폭력을 '유쾌한 짓' 정도로 합리화하게 되면 학교 폭력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웹툰의 폭력성에 대해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 규정에 따라 성적(性的)인 웹툰만 19세 이상 관람가로 제한했고, 학교 폭력에 관한 웹툰은 제재 기준이 없었다"며 "앞으로 지나치게 폭력적인 웹툰은 19세 이상 관람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