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물류 전문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내부 매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정의선 부회장이 출자한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미 글로비스의 주식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001년에 총 매출이 2000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4분기 매출만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현대글로비스의 매출도 늘어난 것이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노션 등 광고 분야에서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는 심각하다. 대기업 광고 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69%로 물류 분야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제일기획과 이노션 등 8개 광고업체를 일감몰아주기 우려 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서비스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주력사업보다 서비스업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 계열사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쌓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이 발간한 '대기업 집단의 서비스업 진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대 대기업 집단의 서비스 계열사 376개사는 2010년에 342조653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국내 서비스산업 총 생산의 55.6%를 대기업 계열사가 올린 것이다.

대기업의 서비스업 계열사는 진출 초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몇몇 대기업에서는 주력사업인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서비스 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이 2005년부터 제조계열사들을 추월했고, LG전자와 포스코는 2000년대 들어 서비스 계열사들이 대부분의 기간에서 제조계열사를 눌렀다. 국내 기계산업을 대표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서비스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급증하면서 제조계열사보다 16%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 서비스 계열사들은 대부분 정보시스템통합(SI), 물류, 광고, 홍보,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등의 사업에 진출해 있다. 사업의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현대자동차의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80%에 이르고, 삼성SDS와 SK C&C는 63%, LG서브원은 76%를 기록했다. 이 밖의 대부분의 대기업 서비스 계열사들은 내부거래 비중이 6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물류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83%로 가장 높았고 광고(69%)와 SI(64%)가 뒤를 이었다.

삼성SDS와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 추이.

대기업 서비스 계열사들이 영역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대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2분기에 2005년보다 1.6배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1.3배에 그쳤다. 또 중소기업청의 최근 조사에서 3년간 중소 MRO업체의 매출액은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MRO업체들이 매년 5% 내외의 꾸준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기업 집단의 경쟁적인 사업 다각화는 대기업의 경영효율성은 제고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해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서비스 시장을 대기업이 지배하면 중소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창업을 저해해 고용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