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21.19%’

숫자만 봐도 초라한 2011년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 성적표다.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채권형(4.47%)과 해외채권형(2.29%) 펀드들의 평균 성과가 플러스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4%대 가량인 것은 감안하면 차라리 투자하지 않은 것이 더 나았다. 최소한 투자손실 걱정에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11년은 ‘펀드보다 현금’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2011년 펀드시장은 지난 2008년과 흡사하다. 당시가 리먼사태로 금융시장의 상처가 봉합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2011년은 유럽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에 상처가 난 상태다. 2008년에도 현금이 최고였다.

◆ 대세는 ‘중소형주펀드’

물론 예외는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중소형주펀드가 약진했다. 국내주식형펀드 상위 9개 펀드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소형주펀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1년 12월 29일 기준 대형주 비중이 80% 이상인 국내액티브주식 일반펀드들의 평균성과는 -11.88%였다. 같은 기간 국내액티브주식 중소형펀드들은 0.32%를 기록하며 선방(善防)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대형주지수가 12.5% 넘게 하락하는 동안 중·소형주지수는 5~7% 밀리는 데 그쳤다.

유럽·미국·중국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경제상황에 직격탄을 맞는 대형주보다는 중형주가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여기에 중형주는 게임·소프트웨어·부품·엔터테인먼트 등 대외 경제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종목들이 포함돼 있어 수익률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

수급 측면에서도 중·소형주가 유리했다. 대형주들은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이 커, 대외 악재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금 회수가 악재가 발생하지만, 중·소형주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작다.

다만 삼성증권 김태훈 애널리스트는 “현재 과도기 측면에서 중·소형주펀드가 대형주펀드를 앞질렀지만, 증시가 반등할 때는 업종대표주들이 앞서나갈 것”이라며 “조정 이후 대형주가 가격이 싸졌고 경기가 개선된다면 수급 측면에서도 대형주가 연기금과 외국인의 혜택을 더 받게 된다”고 말했다.

◆ 대표펀드 잘나가면 운용사도 잘나가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 역시 수익률 하락을 면하지는 못했다. 운용사들은 대표펀드들의 특징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다른 운용사보다 중소형주와 방어주를 많이 담고있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국내주식형 중 엑티브주식일반 펀드 기준) 삼성·KB·한국·미래에셋 대비 좋은 성과를 냈다. 올 한해 평균 -0.14%의 성과를 냈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효자, 대표펀드 덕에 각각 -4.81%, -5.92%의 성과를 내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올 한해 이들의 대표펀드인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증권투자신탁 1[주식](A)’와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A’는 각각 3.10%, 3.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10.83%)은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12.18%)을 조금 웃돌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삼성그룹주 펀드 비중이 타 운용사 대비 큰데 삼성그룹주펀드의 평균 성적이 -15.5%로 다소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대표펀드인 네비게이터와 한국의힘 펀드 또한 각각 -7.15%,-11%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대외 악재에 주식편입비중을 낮췄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6.05%의 성과를 냈다. 증시 반등과정에서 수익을 상대적으로 덜 봤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 북미 예상 깨고 수익률 1위, 인도는 눈물

한편 신용등급 강등에 힘든 한 해를 보낸 미국펀드가 국가별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3.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이 -21.19%인 것은 감안하면 선방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유럽재정위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신흥아시아펀드가 뒤를 이으며 -7.28%의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둔화 경고음이 들려오는 인도펀드(-33.63%)는 수익률이 꼴찌였다. 그 뒤를 러시아펀드(-27%)와 신흥유럽펀드(-26%)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