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소비자들을 울고 웃겼던 자동차 광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30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TV는 2011년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가장 기억남은 10대 자동차 광고(북미지역 기준)를 선정해 방송했다. 숨 막힐 듯 섹시한 분위기의 섹시광고부터 배꼽을 잡는 코믹광고까지 완성차 업체들의 광고 경쟁이 치열했던 한해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TV가 선정한 2011년 베스트 자동차 광고

특히 작년 2월 미국 최대의 스포츠축제인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제작된 완성차 업체들의 광고전쟁이 펼쳐졌다. 실제 슈퍼볼 광고의 경우 전 세계 1억 명이 시청하며, 중간 광고의 가격은 1초에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 대회의 경우 1억650만 명이 시청해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11년 슈퍼볼 경기에 방영된 광고 가운데 단연 화제가 되는 것은 폴크스바겐 파사트 광고인 ‘The Force’편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어린이가 파사트 차량 앞에서 초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손을 올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실망한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의 아버지가 몰래 리모컨 키를 통해 시동을 걸면서 아이는 자신이 진짜 초능력이 있는 마냥 깜짝 놀라 한다. 이 코믹스러운 광고는 2012년 파사트의 광고로 리모컨 키를 두 번 누르면 외부에서도 시동이 걸린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 이 광고가 나가고 폴크스바겐 파사트의 관심도가 70%나 높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슈퍼볼 광고로 화제를 모은 것은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모두 함께 파티를 즐겨라’라는 콘셉트로 신나는 댄스음악과 함께 주인공 햄스터가 쏘울을 타고 나와, 춤을 추자 우주악당들조차 함께 춤을 추며, 전쟁을 끝낸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현재(30일 오후 4시)까지 유튜브에서 총 1184만3863번이 재생됐다.

기아차에 따르면 쏘울은 작년 1~11월까지 누적판매 9만2643대를 넘기며 기아차 중에선 두 번째로 연간 판매 1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아차 중 미국 시장에서 연간 10만대 판매를 넘긴 차량은 쏘렌토R(10월 누적 10만9903대)이 유일하다. 쏘울 돌풍에는 이 차의 ‘햄스터 광고’ 시리즈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시대에 뒤처진 마을’이라는 광고를 슈퍼볼에 내보냈다. 이 광고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트북이 아닌 타자기, 아이팟이 아닌 레코드플레이어, 팔뚝만 한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쳐다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곳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달리고 있다. 다소 유치해 보이는 광고지만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혁신적인 차량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지역은 국내보다 비교광고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실제 북미지역 광고를 살펴보면 경쟁사 로고나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닛산 브랜드 광고

우선 닛산의 비교광고를 보면 ‘빠른 차량 출고’를 콘셉트로 도요타와 혼다의 느린 차량 출고를 꼬집었다. 광고는 닛산 차량을 싣고 달리는 컨테이너 차량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혼다 전시장 앞에 차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이 부러운 듯 컨테이너 차량을 쳐다본다. 실제 닛산은 북미지역에서 고객이 원하는 차종을 원하는 시간에 직접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우디의 ‘럭셔리의 틀을 깨라’는 콘셉트의 광고는 웃음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 광고에는 아우디 A8과 벤츠 S클래스가 등장한다. 귀족감옥을 탈출하려는 두 사람이 탈출에 성공했지만 한명은 결국 대기하고 있던 벤츠 차량을 탑승하고 다시 귀족감옥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아우디 A8를 탄 주인공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귀족감옥을 탈출한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벤츠를 타는 사람은 귀족감옥에 갇혀 산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광고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케니G가 광고 마지막 부분에 깜짝 출연하기도 한다.

닛산 전기차 '리프' 광고

닛산의 전기차 ‘리프’ 광고에서는 ‘매연’을 부각했다. 광고에 출연하는 남자주인공은 욕실의 헤어드라이기, 직장에서 컴퓨터에서 복사기 등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광고는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를 겨냥해 만든 광고로 쉐보레 볼트가 아무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해도 순수전기차인 ‘리프’를 못 따라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아트 500'의 광고모델 제시카 로페즈(왼쪽), '크라이슬러 200'의 에미넴

이밖에 유명연예인을 모델로 인기를 끄는 광고도 소개됐다. 미국 유명 여가수인 제니퍼 로페즈와 에미넴은 각각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200(국내 미출시 차량)의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제니퍼 로페즈는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광고를 통해 ‘피아트 500’ 차량 특유의 귀여움과 섹시함을 부각했으며, 디트로이트 출신인 에미넴은 크라이슬러 차량을 타면서 미국 자동차 본거지인 디트로이트를 부활시키자는 내용을 담은 광고에 출연했다. 슈퍼볼 경기 3쿼터에 방영된 2분짜리의 이 광고는 크라이슬러의 실적 회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차량 소개보다는 회사가 펼치는 캠페인에 치중했던 BMW의 광고도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광고로 선정됐다. BMW가 ‘과응보호 하지 마세요’라는 콘셉트로 제작한 광고에는 자식들을 끔찍이 아끼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운전을 하면서 전화를 받는 부모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옆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보여주면서 곧 있을 사고를 암시한다. 이 광고는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전을 되돌아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오토모티브뉴스TV는 소비자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광고의 첫 번째로 피아트의 섹시광고를 꼽았다. 카푸치노를 들고 길거리를 지나던 한 남성이 우연히 여성의 뒷모습을 훔쳐보다가 음흉한 상상에 빠지지만 결국 여성이 아닌 ‘피아트 500 Abarth’ 신차의 디자인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할 만큼의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