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형유통업체들이 울상이다. 24시간 영업점 비중이 가장 높은 홈플러스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도  심야 영업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연장영업 매장 수가 적은 롯데마트는 느긋한 표정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초단체장이 중소유통업과 대형마트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대형마트에 대해 오후 11시에서 오전 8시까지 밤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1~2일 동안 의무휴업일을 정할 수 있게 된다. 대형마트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 홈플러스 연매출 1조원 넘게 줄어들어

현재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가운데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강서점 등 70개 점포와 이마트 영등포점, 왕십리점 등 10개 점포 정도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 법안 통과로 대형유통업계 전체가 연간 9조 4710억원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시간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체는 홈플러스다. 대형마트 업계 전체로 보자면 대부분 점포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1시에 마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사정이 다르다. 전국 125개 점포의 절반 이상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점포는 20개에 불과해, 나머지 119개 매장에 대한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심야(밤 12시~다음날 오전 10시) 매출비중은 전체 7~8%. 저녁 시간에는 식당이나 야간업소 상인 고객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의 구매 규모는 일반 가정 구매 고객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홈플러스는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11시로 제한할 경우 연간 매출이 총 1조2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으며, 영업일수를 1달 1일 제한하면, 추가로 45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홈플러스의 연간매출 감소폭은 1조 6500억원에 달한다.

◆ 이마트 '느긋하다지만…' 성장동력 복병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대형마트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는 총 139개 점포 중 10곳(서울 영등포점, 서울 가양점 등)만이 현재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97곳이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심야시간대 매출 폭이 크지 않아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최근 인수한 킴스클럽마트 운영 등 매장 영업시간을 연장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이마트는 최근 전국 53개 점포의 킴스클럽마트에 대한 인수를 마무리하고 이마트 슈퍼 운영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개정안 통과로 전체 매출의 3~4%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롯데마트는 24시간 운영매장이 아예 없다. 전체 95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59개 점포가 자정까지 영업하지만, 저녁 11시에서 자정까지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아 느긋한 표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법안은 상품을 사는데 있어 거래이용시간이나 구매장소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심야나 휴일에 쇼핑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퇴근이 늦은 직장인들은 쇼핑할 기회를 아예 차단당하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이 시간대에 고용한 정규직 203명과 파트타이머 등 비정규직 1088명에 대한 고용감소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청년실업과 노인 인구의 경제적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