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저(低)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지 4년. 한국 녹색 정책의 성과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내달리는데 기업과 소비자를 끌어오기에는 아직 부족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한국의 녹색경쟁력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녹색경쟁력 지수는 28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8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정책 구호가 거셌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기대 이하이다. 1위는 네덜란드, 2위는 일본, 3위는 스웨덴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컨설팅업체인 맥킨지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공동 작업한 보고서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과 비교해도 한국 기업의 입지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극심한 불균형이 원인

SERI보고서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장려하는 등 정부 역할 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6위를 기록했지만, 녹색 소비 지수는 28개 국가 중 24위로 하위권이었다. 또 합리적인 전기요금 순위는 15위, 신재생 에너지 소비는 27위, 폐종이 재활용 등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 습관 26위로 나타났다. 에너지 절약 장비 구매 순위와 녹색 에너지 분야의 민간 투자액 순위는 28위로 꼴찌였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수석 연구원은 "가정에서 소비와 행동 양식이 바뀌는 생활 밀착형 녹색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내실 있는 정책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호주에선 태즈메이니아 주 등 12개 지역 도시가 일회용 비닐봉지 규제 캠페인에 나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실패한 정책을 성공시킨 것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 반발에 또 부딪혀

철강·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한국 산업 구조의 특성상 각종 에너지 절감 정책에 대한 기업의 반발도 적지 않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는 현재 입법화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유보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국회에 전달했다. 배출권 거래제란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산업계는 탄소 감축 부담에 따른 배출권 구입 등으로 연간 4조7000억~14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 11일 종료된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4위인 러시아, 5위인 일본, 8위인 캐나다 등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 않기로 선언했다"면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국내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 외국인 투자 기피 현상이 일어나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30년 이상 대계가 없다

맥킨지 보고서는 30년 이상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체계가 없다는 점을 한국 녹색성장의 결정적 약점으로 꼽았다. 배출권 거래제와 같이 이해관계자 간 충돌 때문에 벌어지는 정책 지연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동록 맥킨지 파트너는 "덴마크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재생 에너지 활용에 관한 범국민적인 운동이 일었고, 40년 이상 꾸준하게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이것이 녹색성장 정책을 성공시킨 비결"이라고 말했다. 영국·호주·프랑스 등도 각각 DECC(에너지 및 기후변화부·Department of Energy and Climate Change)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상설 부처를 두고 있다. 영국의 경우 탄소 감축 목표를 전 부처에 할당해 모든 부처가 탄소 감축에 협력하도록 유도해 제도화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