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프라다’는 왜 실패했을까?

현대차가 올해 5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제네시스 프라다는 이탈리아 명품업체 프라다와 2년간 공동개발해 개발한 대형세단이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국내 시장에 1200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300여대에 그쳐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의 주인공이던 배우 차인표씨마저 차량을 중고차 매물로 내놔 현대차로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 5월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 앞에서 모델들이 제네시스 프라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경영·디자인·마케팅·자동차 전문가 20명에게 제네시스 프라다의 실패 원인에 대해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가 독일 등 해외 고급차에 비해 여전히 낮고, 현대차의 고급차 판매 노하우와 제네시스 프라다 모델의 가격 경쟁력, 명품다운 ‘특별함’ 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 "현대차는 아직 대중적인 브랜드…독자적인 고급브랜드 도입 필요"

전문가들이 제네시스 프라다의 실패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브랜드 이미지였다.

‘현대차’나 ‘제네시스’가 고객들에게 명품이라는 인식을 주기에는 기업(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대중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45%의 수준으로 차량 2대 중 1대는 현대차다. 희소성이 생명인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제네시스 프라다의 개발콘셉트 이미지

한 이탈리아 명품업체의 임원은 “명품이라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럭셔리하고 비싼 것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대차는 그런 면에서 약하다”면서 “만약 현대차가 아닌 ‘메르세데스벤츠 프라다’나 제네시스가 아닌 ‘BMW7 프라다’였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토요타가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도요타' 브랜드는 중저가의 대량생산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고정돼 있어 차를 아무리 고급스럽게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이를 '명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렉서스'라는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닛산의 인피니티, 혼다의 아큐라 등도 대량생산으로 성공한 자동차 회사들이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만든 브랜드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고급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고급차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합작) 차량들. (왼쪽부터 시계방향)포르쉐 '911 마티니', 람보르기니 '640 로드스터 베르사체',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카브리올레 펜디', 피아트 '500 구찌'

◆ 현대차, 명품 마케팅 경험 부족

현대차가 고급차를 판매하는데 필요한 마케팅과 영업 노하우가 부족한 점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VIP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잡지나 백화점 멤버십 잡지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다. 하지만 독일계 고급 수입차와 비교하면 격차가 컷다는 지적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제네시스 프라다의 실패 원인 가운데 고급차에 대한 마케팅·영업의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만약 VIP고객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고급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었다면 제네시스 프라다가 아닌 벤츠(E클래스)나 BMW(5시리즈), 아우디(A6)를 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출시 때부터 7900만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반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6290만원)보다 1610만원이 더 비싼 가격이다. 이에 비해 메르세데스 벤츠 E300의 경우 6870만~8180만원, 신형 5시리즈 6840만~7190만원, 아우디 A6 TFSI가 6880만~7870만원이고, 수입차의 경우 판매과정에서 일정금액 할인도 가능하다. 고급차를 궁리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갑자기 등장한 제네시스 프라다보다는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2

수도권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은 소수를 위한 제품으로 구매자들에게 명품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제네시스 프라다의 경우 제품 기획과 실제 마케팅 활동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 프라다폰은 성공했는데 왜 제네시스 프라다는 실패했을까?

"명품이라면 남들에게 보여줘야 할 게 있어야죠. 제네시스 프라다는 보여줄 게 있나요?"

모 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는 자기만족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가치를 명품을 통해 표출하려는 욕구가 크다”면서 “제네시스 프라다의 경우 외관이나 스타일 등은 기존 제네시스와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프라다의 경우 일반 제네시스와 비교해 배기량만 3.8L(리터)에서 5.0L으로 올렸을 뿐 대부분 차량부품은 같다. 배기량 역시 차량을 직접 운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차를 놓고 단순히 배기량을 높였다는 영업사원의 말만 듣고 높은 가격을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프라다(왼쪽)와 LG의 프라다폰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 프라다와 달리 과거 LG의 프라다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눈에 띄는 특별함이라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2007년에 LG전자가 출시한 프라다폰은 국내 최초의 풀터치폰 기능을 갖췄다. 프라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제품 전면에 프라다 로고를 배치, LG를 숨겼다. 특히 휴대폰 화면 속 연못에 비단잉어가 나타나고 손가락을 따라 이동하는 등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드물었던 UI(User Interface·사용자와 제품이 만나는 방법) 등으로 명품이란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해 프라다폰은 첫번째 모델이 10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제네시스 프라다에도 현대 로고는 없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었던 프라다폰과 달리 제네시스 프라다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제네시스 차량과 외관이 똑같아 현대차 이미지가 프라다의 이미지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즉 제네시스 프라다라는 차량 자체가 현대차라는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어 프라다의 느낌을 받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LG 프라다폰이 출시될 당시 수입 핸드폰이 판매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는 점도 프라다폰의 성공 요인”이라면서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이미 여러 종류의 수입차 브랜드가 진출해 있고 고객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상을 주지 않는 이상 제네시스 프라다와 같은 차가 큰 인기를 끌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