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글로비스 자동차 경매장. 주차장에는 중고차 900여대가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중고차 바이어들이 이 차 저 차 살피며 자동차들을 꼼꼼히 살폈다.

◇중고차 전문 경매장

자동차 앞 유리창에는 자동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성능 점검표가 붙어 있었다. 글로비스의 전문 평가인력이 통일된 기준으로 차량들을 평가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곽용호(50) 중고차 시화경매센터장은 "전문 인력들이 자동차 사고 여부 등을 정밀 검사해 자동차 감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낮 12시55분이 되자 경매장 안에서는 경매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흥 경매장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경매가 열린다. 경매 참가 자격은 정부 인허가를 받은 중고차 매매 업체들이다. 현재 900여개 업체가 글로비스 경매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시흥시 글로비스 자동차 경매장에서 경매 참가자들이 정면 모니터에 표시된 매물차량의 사진과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경매장 내부는 마치 IMAX 극장 같아

2층 경매장은 마치 IMAX 극장 같았다. 오후 1시가 되자, 정면에는 대형 스크린 두 개에 중고차 사진과 경매 가격이 떴다. 484개 좌석마다 컴퓨터가 비치돼 있었고, 경매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과 컴퓨터를 번갈아 보며 구매 여부를 고심했다. 차 1대당 경매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초에 불과했다.

'번호 1001:체어맨 CW700' 유찰. '번호 1002:에쿠스' 유찰. '번호 1003:체어맨 CW700' 1890만원에 낙찰. 시작 가격이 나오면 구매자는 0.7초 안에 좌석에 마련된 빨간색 버튼을 눌러야 한다. 보통 경매에 올라온 자동차 가운데 60%만 낙찰된다.

전자 경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글로비스는 앞으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전자 경매 시스템을 통해 투명한 가격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자 경매 시스템 통해 투명한 가격 결정

글로비스 기획실장 정진우(46) 이사는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의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점이었다"면서 "글로비스 전문 인력이 차량 가격을 감정하고, 사는 사람들이 공정하게 가격 경쟁을 한다면 유통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등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는 시화 경매장과 분당에 경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경남 양산시에도 경매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00만대 규모다. 대부분 개인 간 거래 또는 사업자 간 거래다. 이중 글로비스 등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차는 10만대에 불과하고, 글로비스는 10만대 중 7만대를 소화한다.

글로비스는 경매되는 차량의 3분의 2를 위탁받아 처리한다. 개인이든 중고차 업체든 자동차를 맡기면 판매를 대행해주는 것이다. 나머지는 글로비스가 자동차를 싸게 구매해 경매로 판매한다. 글로비스 중고차 경매 부문의 연간 매출 규모는 1500억원 정도.

또 일반인은 글로비스 경매장에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지만, 자기 차를 경매에 위탁할 수는 있다. 곽 경매센터장은 "차량 소유주들이 더 이상 헐값에 차량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면서 "전화만 주면 집까지 가서 차량을 픽업해 경매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외국 바이어도 상당수

이날 경매에 참석한 중고차 바이어 가운데 외국인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중동 출신이 대다수인 외국인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구매한 중고차를 중동으로 수출한다. 2003년부터 한국을 방문, 중고차를 요르단으로 가져간다는 오스만(29) 사장은 이날 베르나·아반떼·쏘나타 등 자동차 3대를 구매했다. 그는 요즘 경매장에서 월평균 100~150대를 구매해 요르단으로 보낸다. 2003년 500~600대씩 수출하던 시절에 비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이라크·팔레스타인·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 등에서 한국 중고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오스만 사장은 전했다. 한국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오스만 사장은 한국인 직원 2명을 고용, 중고차 무역업을 하고 있다.

정 이사는 "투명한 경매 시스템을 통해 중고차 시장을 활성화하면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국내 중고차 가격이 유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