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수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준중형과 중형 모델들은 체면치레하고 있지만, 최상위 모델들의 판매가 수직으로 떨어졌기 때문. 대형차는 판매 대수가 많지는 않지만, 소형차나 중형차보다 부가가치가 높아, 판매가 줄어들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11월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2.6% 줄어든 11만5273대였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10월에도 작년보다 8.8%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빠르게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조선비즈가 취합한 국내 완성차 5사의 차종별·월별 판매 동향을 보면, 11월에 대형차들은 차량 판매가 가장 많았던 3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판매가 줄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준중형차와 중형차가 판매량을 비슷하게 유지한 것과 비교가 되는 수치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는 11월에 3월(1552대)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인 718대가 팔렸다. 올해 월평균 판매 대수인 1127대에도 크게 못 미친다. 에쿠스는 6월 이후 지속적인 판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에는 1456대가 팔렸지만, 이후 1362대(7월)→1171대(8월)→996대(9월)→819대(10월)→718대(11월)로 판매가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제네시스(쿠페 포함) 역시 11월 1510대가 팔려 판매량이 3월(3317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반면 11월 현재 아반떼(1만354대)와 쏘나타(8597대)는 3월 판매량(1만2155대, 9514대)보다 소폭 줄었다. 월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자동차와 한국 GM, 르노삼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오피러스는 11월 447대가 팔렸고 K7은 1790대가 팔렸다. 이들 모델은 지난 3월 각각 642대와 3116대가 팔렸다. 반면 K5는 11월 7162대가 팔려 3월 판매(7627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월평균 판매 7248대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포르테도 월평균 판매 대수인 2966대와 비슷한 2922대가 팔렸다. 한국GM의 알페온 역시 11월 630대가 팔려 3월(1304대)의 절반에 못 미쳤다. 르노삼성의 신형 SM7은 8월에 출시되며 2665대가 팔렸지만, 11월에는 886대밖에 안 팔렸다.

이런 가운데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은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눈길을 끌었다. 3월에 666대가 팔린 체어맨은 11월에는 1019대가 팔렸다. 쌍용차는 SUV 모델들에서도 판매량을 유지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차 판매가 줄어든 것이 경기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운사이징 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앞으로도 대형차 판매의 하향 추세는 계속 될 것 같다”면서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신차 출시 등의 변수가 있을 때 대형차는 급격히 판매가 늘어나기도 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면서 “내수 판매는 줄어들었지만, 수출은 이전보다 잘 되고 있어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대형차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