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최근 세계 2위와 3위 컨테이너선사가 손을 잡으면서 규모를 앞세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3위 선사인 CMA CGM이 최근 '선박 운영 얼라이언스(협정)'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내년 3월부터 2년 동안 아시아~북유럽, 아시아~남아프리카 등 일부 항로에서 선박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성과가 좋을 경우 협력을 더욱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C와 CMA CGM이 힘을 합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현재 해운업계는 머스크라인이 선복량 260만TEU로 압도적인 1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얼라이언스를 체결한 두 선사의 선복량을 합치면 360만TEU로 머스크라인을 제칠 수 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머스크라인(15.8%)보다 5.9%포인트 많은 21.7%를 기록하게 된다.

두 대형 선사가 갑자기 얼라이언스를 체결한 것은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의 치킨게임에 맞서기 위해서다. 머스크라인은 올해 초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30척을 한꺼번에 발주했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노선도 늘렸다. 9월부터는 아시아~유럽 항로에 하루도 쉬지 않고 선박을 운항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머스크라인은 올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분간 이런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원래 운임이 하락할 때는 선사들이 선박 운항을 중단하고 운임이 오르기를 기다렸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며 "운임을 낮춰서라도 물량을 더 가져가려는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형 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일본의 대형 선사인 NYK, MOL, K-라인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세계 29위의 선사인 MISC는 컨테이너선 사업을 접기로 했고, 14위 선사인 CSAV도 컨테이너선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내 업체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단 국내 해운업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실 경영과 금융권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은 임원들의 급여를 반납했다. 해운업계는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와 잇달아 간담회를 열고 수출금융 지원과 무역보험 확대 등을 요청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늘지 않고 있고,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운임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도움이 없이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