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지음|256면|1만5000원|리더스북

모토로라, 소니, 노키아에는 없고 애플, 3M, 유니클로에는 있는 것이 감각은 무엇일까?

정답은 '촉감'이다. '촉(觸)'이란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직관적인 감각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비즈니스환경에서 촉은 다양한 환경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인 동시에 빠른 변화를 직감하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책 서두에 쓰인 "촉이 발달한 기업이 살아남는다"라는 문장부터가 저자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경영컬럼니스트인 저자는 "기업에게 촉이란 소비자의 욕구를 몸으로 감지해 변화해 대응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은 10년 후 미래를 예측·계획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감성과 욕구를 감지하는 '촉'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실제 사례로 너무 철저히 예측하고 준비해서 위험해진 '소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소니는 디지털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소니가 너무 많은 준비를 해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그는 "소니는 미래 10년을 위해 너무 구체적으로 계획해, 그 예측이 빗나가면서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며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서도 계획수정 없이 집착만 했기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저자의 관점에서 소니는 디지털시대를 미리 준비했지만 반대로 고객의 니즈(Need)와 사업기회를 발견하는 촉이 무뎌지면서 비즈니스의 다양성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는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제품 가격이 그리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유니클로를 입는 사람들은 유니클로가 명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유니클로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유니클로의 성공에 대해 '촉에 따른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필요에 의해 소비하기보다는 소비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즉 유니클로는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찾는 젊은 세대의 욕구인 이른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트랜드를 읽어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전 세계 11개국에 1024개의 매장을 갖고 연간 6938억엔(약 9조8700억원·8월 기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대기업이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만약 소니가 미래를 계획하는 활동과 함께 빠르게 진화하는 인간의 욕구를 앞서 감지했거나 유니클로가 고객의 니즈를 무시한 채 미래계획 설계에만 열중했다면 오늘날 두 기업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병주 컬럼니스트는 독자들에게 예측과 계획에서 위주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통계보다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촉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공은 현재를 지배하는 욕구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는가의 여부다"면서 "현재의 비즈니스에서 인간의 욕구를 빠르게 감지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빠르게 창출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