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는 아직 겨울 초입이지만 가계부엔 이미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월급이나 집값은 잘해야 제자리걸음인데, 물가와 대출이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바야흐로 겨울 외투를 꺼내 입거나 김장 준비만 할 것이 아니라 살림살이도 단단히 겨울나기 채비를 해야 할 시기다. 재테크 기상도로 따지자면 이번 겨울은 2008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공격보다는 방어, 종자돈 불리기보다는 지키기에 힘써야 한다.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혹독한 한파를 이기려면 부지런히 문풍지로 바늘구멍을 막아 놓는 것이 상책이다. 돈 샐 구멍을 막는 재테크 월동준비 요령을 살펴보자.

사진=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1단계:연말정산 챙기기

연말 재테크의 기본은 연말 정산 챙기기다. 달라진 소득공제 제도를 숙지하면 '13번째 월급'을 좀 더 두둑이 챙길 수 있다. 연말정산과 관련해 올해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개인연금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에서 늘어난 것이다.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연금신탁,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중 근로자 추가불입액 등을 합쳐 1인당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 한도가 늘어난 덕분에 과표구간 4600만~8800만원 근로자라면 작년 79만2000만원보다 26만원 늘어난 105만6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분기당 최대 300만원까지 불입이 가능하므로 지금 당장 가입하더라도 상당한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기부금 공제 범위도 확대됐다. 기본공제 대상에 포함된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이 만 20세 이하 또는 만 60세 이상에 연소득 100만원 이하라면 이들이 낸 기부금도 모두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정기부금 공제 한도도 종전 소득액의 20%에서 30%로 높아졌다. 단 종교단체 기부금은 소득의 10% 한도가 유지된다.

여러 가지 세금 우대 상품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등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생계형 저축을 빼놓진 않았는지 점검해보자.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쳐 15.4%를 떼는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비과세 생계형 저축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모든 세금이 면제되는 절세상품의 지존(至尊)이다. 해가 바뀌면 가족 중 누가 비과세 생계형 저축 가입 대상자가 되는지도 한 번쯤 점검해보자.

2010년 이후 가입자부터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진 장기주택마련저축 통장이 혹시 장롱 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2009년 이전에 가입했다면 연간 납입액의 40%(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고 만기 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는 효자 통장이다. 단돈 1만원만 들어 있어도 통장이 살아있으니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2단계:빚 줄이기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900조원에 육박하고 금리까지 슬금슬금 오르면서 올해 가계의 이자 부담이 50조원을 돌파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 푼이라도 빚을 줄여나갈 방도를 찾아야 할 때다. 빚테크의 기본은 이자율이 높은 대출부터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 좀 더 이자가 싼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가 가능한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바꿔드림론, 햇살론, 전세자금대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보금자리론 등 서민용 대출상품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시중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높은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대출 은행을 바꿀 때 걸림돌이었던 근저당권 설정 수수료 등이 고객에서 은행 부담으로 바뀌면서 갈아타기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3단계:물가상승 이기기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는 원금을 보전하면서 시중금리 플러스알파(+a)로 물가상승률을 이기는 것을 재테크의 기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너무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면 연말을 맞아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배당주 투자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올해 기업 실적이 좋아 배당액은 늘어난 반면 주가는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현금을 확보해놓았다가 주가가 바닥을 찍을 때를 노려볼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 조재홍 상무는 "모든 지표가 나쁠 때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