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뽀글 뽀글뽀글 맛 좋은 라면 /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극 중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다. 라면이 있기에 이 세상이 살맛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시인 안도현은 '라면 예찬'이라는 글에서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요즘처럼 라면이 흔하지 않아 내 또래 아이들에게 라면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적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연평균 80여개로 세계 1위다. 250여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전체 라면시장 규모는 연 1조8000억원이 넘는다. 올해는 새롭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제품이 유난히 많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꼬불꼬불한 면발. 라면만큼 서민들과 함께 울고 웃은 음식이 또 있을까. 1조8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한 국내 라면시장은 올해 유난히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신제품이 많이 선보였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한국야쿠르트‘꼬꼬면’, 농심‘쌀국수 짬뽕’, 오뚜기‘기스면’.

소비자와 교감해 만든 '꼬꼬면'

한국야쿠르트가 8월 초 출시한 '꼬꼬면'은 국내 라면시장에 '하얀 라면' 신드롬을 일으켰다. 소고기 맛을 기본으로 붉은색 국물 라면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은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하얀색 꼬꼬면에 열광했다.

1980년대 이후 업계 하위권을 맴돌던 한국야쿠르트의 숙원은 '간판급 봉지면 만들기'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야쿠르트는 '틈새라면', '봉희설렁탕' 등 음식점용 라면 브랜드를 내놨다. 편의점 전용 브랜드나 연예인 이름을 활용한 제품 생산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야쿠르트가 모 TV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꼬꼬면을 발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 아이디어에 항상 열린 태도를 보여온 이력 덕분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 출시에 앞서 대중과 먼저 '교감'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완제품으로 발매되기 전까지는 그 속성을 공개하지 않는 게 업계 불문율이지만, 꼬꼬면은 요리나 맛집 전문 블로거들을 섭외해 파일럿 제품을 제공했다. 한국야쿠르트 정철호 이사는 "소비자와 교감해 탄생한 꼬꼬면이 큰 인기를 누리는 만큼 앞으로도 고객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둔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년의 연구·개발 끝에 나온 '기스면'

하얀 국물 라면은 유탕면(기름 등에 튀겨 만든 면)에 웰빙 트렌드를 접목해 소비자의 마음을 샀다. 깔끔하면서도 매운맛을 내 국물을 다 마셔도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평이다. 오뚜기가 11월 출시한 '기스면'은 후발 주자임에도 단기간에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뚜기는 "기스면은 3년여 동안 3차례의 수정을 거쳐 내놓은 역작"이라고 강조했다. 30여종의 라면 육수와 맛을 면밀히 분석한 오뚜기는 '맑은 국물의 시원하고 얼큰한 웰빙 유탕면'을 신제품 콘셉트로 정했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음식이 사천탕면과 굴짬뽕이었다. 서울 방배동, 경기 발안과 안양 귀인동 등 사천탕면과 굴짬뽕으로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육수와 재료의 맛을 평가하고 어떻게 라면에 접목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기스면은 살코기뿐만 아니라 닭 뼈까지 이용해 육수를 우려냈다. 그만큼 구수한 맛이 살아있고 4종의 해물육수(오징어·홍합·가쓰오부시·굴)와 청양고추를 넣어 알싸한 매운 맛이 더해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급 원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함과 시원함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얼큰한 국물의 새로운 진화 '쌀국수 짬뽕'

붉은색 국물 라면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짬뽕이 라면 시장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라면처럼 간단하게 언제 어디서나 짬뽕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심이 새로 출시한 '쌀국수 짬뽕'은 한국식 정통 짬뽕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짬뽕류 면제품의 국물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라면 쌀국수 짬뽕은 다양한 해물에서 우러난 정통 짬뽕의 시원한 맛을 강조했다. 농심은 짬뽕 특유의 얼큰한 맛을 내기 위해 일반 라면류에 흔히 쓰는 분말스프가 아닌 액상스프를 사용했다.

짬뽕은 면발과 고명도 중요하다. 농심은 오징어와 당근, 파, 표고버섯이 들어 있는 큼직한 건더기 수프로 정통 짬뽕의 맛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쌀을 80% 사용해 만든 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가래떡처럼 뽑아내 바람에 건조시켜 만들었다. 쌀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은 시원한 짬뽕국물과 만나 중국집에서 먹는 짬뽕 못지않은 맛과 면발을 구현했다.

웰빙 트렌드도 쌀국수 짬뽕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유탕면보다 칼로리가 20% 정도 낮아 웰빙에 민감한 젊은 주부,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