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몸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일부 동물은 대사량을 줄이기 위해 겨울잠을 자고 철새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한다. 사람들도 겨울나기를 위해 몸이 바뀐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사람과 같은 동물에겐 일종의 위협처럼 여겨진다"며 "실제로 겨울철엔 반사 능력 같은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는 등 생리적 변화와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뉴스

◇겨울철 늦잠은 멜라토닌 탓

겨울철엔 무엇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힘이 든다. 늦잠을 자거나 잠에서 깨더라도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길어진다.

겨울잠은 일조량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의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줄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평소 기상 시각에 일어나도 우리 몸이 밤으로 인식해 멜라토닌을 계속 분비한다. 잠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겨울철 햇볕은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조량이 줄면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줄어든다.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도 세로토닌이 부족한 탓이다. 의사들은 겨울철에 가능한 한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침에 일어난 후엔 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커튼을 활짝 열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났다면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좋다.

◇밤이 긴 겨울 살찌기 쉬운 이유

겨울이 되면 몸에 살이 찐다는 사람이 많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처럼 사람 몸에도 지방이 많이 쌓인다.

통계에 따르면 몸의 체지방량은 봄과 여름보다 가을과 겨울에 높다.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한 동물적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 피하지방을 늘려 다가올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지방 대사를 줄인다.

또 주변 환경의 온도가 내려가면 고온일 때보다 식욕이 늘어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대사 작용이 활발해지고, 소화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공복감을 빨리 느낀다. 야외 활동이 늘면서 섭취 중추가 자극을 자주 받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크리스마스와 설 등 겨울 명절에 영양을 섭취할 기회가 많아 체중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쾌적한 옷 속 온도는 31.8도

겨울철 사람 몸에서 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는 곳은 피부다. 신체 가장 바깥에 있는 피부는 무방비 상태로 추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건조하고 찬 날씨 탓에 피부 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피부 맨 위의 각질층은 28일을 주기로 바뀌어야 하지만 겨울에는 신진대사가 줄어들어 바짝 마른 채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 피부에 한 겹 피부가 더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각질이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겨울철 최상의 피부 관리법은 추위에 피부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나친 목욕도 피해야 한다. 목욕을 자주 하면 피부 보호막에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겨울철 피부에 가장 이상적인 실내 온도인 20도, 습도는 60%를 유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계절마다 최상의 옷 속 환경을 찾아내는 '의복 기후'를 연구하고 있다. 옷을 입었을 때 쾌적함을 느끼는 정도는 옷 속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전대 연구팀에 따르면 겨울철 피부가 가장 쾌적하게 느끼는 옷 속 환경은 기온 31.8도, 습도는 48.6%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춥고 건조한 날씨를 사랑하는 독감 바이러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감기와 독감에 걸릴 확률도 높다. 감기와 독감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린다. 바이러스는 겨울처럼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더 활발히 활동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능력은 영상 5도에선 영상 20도일 때보다 두 배, 습도가 20%인 건조한 환경에선 습도가 50%일 때보다 2배 가량 늘어난다.

지금까지 발견된 감기 바이러스는 100여개에 이른다.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따라 감기의 양상이 달라진다. 반면 독감은 주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합병증을 유발해 노인이나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는 항생제로는 죽이지 못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먹는 이유는 감기 때문에 발생한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치료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독감은 바이러스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여러 조각으로 끊어 만든 물질로, 인체에 주입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세포를 만든다. 독감 백신은 10월부터 12월초에 맞는 것이 좋다.

◇기온 떨어지면 심장질환 느는 이유

기온이 떨어지면 사람의 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말초혈관들이 쪼그라든다. 평범한 사람도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압이 올라간다. 찬 바깥 공기에 혈관이 수축되면 심장이 더 활발하게 뛴다. 근육 활동에 필요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윤영원 심장내과 교수 "심근경색은 더운 7~8월에 비해 가장 기온이 떨어지는 1~2월에 발병 빈도가 1.5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선천적 요인 외에도 고지혈증과 고혈압, 흡연, 운동부족, 비만 같은 후천적 요인도 작용한다. 겨울철엔 고지방 식품을 피하고 흡연과 음주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