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재테크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서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들도 이런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복합통장'을 내놓고 있다. 복합통장의 인기 비결은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연 4% 안팎)를 뛰어넘는 높은 금리다.

정준환 하나은행 PB사업부 팀장은 "내년 1분기에 이탈리아스페인 쪽의 국채만기가 몰려있고,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금리가 인상되기를 기대하긴 어렵게 되자, 예금 이자보다 좀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복합통장들을 소개한다.

◇연 5%대 이자 주는 정기예금이 덤

우리은행은 내달 6일까지 원금을 보장하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해 고수익(최고 10.8%)을 추구하는 주가지수 연계예금 '뷰티플 제주 복합예금'을 판매한다. 2000억원 한도로 선착순이다. 상품 가입액 범위 내에서 연 5.5%짜리 정기예금에도 가입할 수 있다. 최저 가입액은 100만원,만기는 1년이다. 외환은행은 주가지수 변동률 조건에 따라 최고 연 18%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한 '베스트 쵸이스 정기예금'을 28일까지 판매한다. 만기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하락한 경우라도 만기까지 유지하면 원금은 100% 보장된다.

증권사들도 복합통장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다. 이 상품은 고객이 맡긴 예금을 투자금융회사가 단기국공채나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대신증권은 국내외 공모형 펀드, 장외·장내 채권,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개인퇴직계좌(IRA), 랩어카운트 등을 대신증권으로 옮기면 CMA 수익률을 최고 연 5.9%까지 준다. 한화증권은 최근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과 업무제휴를 맺고 보험과 CMA를 결합시킨 '프리미엄 스마트 CMA'를 출시했다. 프리미엄 스마트 CMA는 최고 연 4.9%의 금리를 제공하고, 사고나 실업에 대비해 보험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서비스는 투자자가 CMA를 통해 펀드를 가입하거나 대출약정이 있는 경우 제공받을 수 있다.

◇위안화로 예금하는 통장 등장

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달러로 금을 매입해 수익률을 얻는 통장도 있다. 신한은행국민은행이 판매하는 골드뱅킹 통장이다. 신한은행 골드리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세전)은 23일 기준 23.87%다. 최근 금값이 오락가락하면서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7.81%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11월 과세 문제로 취급을 중단했다가 지난 9월부터 골드뱅킹 사업을 재개했다. 이 은행 KB골드투자통장은 9~11월 금값 하락기임에도 불구하고 두 달 만에 40억원이 넘게 몰렸다.

환율 우대 혜택을 섞은 통장도 있다. 신한은행이 20대를 위해 판매하고 있는 맞춤형 금융상품인 '신한S20통장'은 최고 연 3.2%의 이자를 주면서 환율우대 혜택을 준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3일 중국 위안화에 투자하는 통장을 출시했다. 위안화 환율이 절상되는 데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가입기간은 최소 7일부터 최대 1년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가입금액은 미화 100달러 상당액 이상이다. 약정이율은 예금 가입기간에 따라 1개월 미만은 연 0.1%(세전), 1개월 이상은 연 0.3%(세전)가 각각 적용된다. 다만 위안화를 현찰로 입금하면 현찰수수료 2.5%가 부과된다.

◇카드 많이 쓸수록 이자도 쑥

우리은행이 지난 7월 내놓은 '매직7 적금'은 신용카드 실적과 적금 금리(기본 연 4%)가 연계된 상품이다. 월 납입금 25만원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카드 사용액이 300만원 이상이면 6%, 500만원 이상이면 7%를 적용한다. 단 연말까지만 특별 판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생활의 지혜 적금'은 월 1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불입 가능한 1년제 적금상품이지만 카드 사용 및 급여 등의 이체 실적에 따라 다양한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카드를 사용할 때 결제계좌를 신한은행 계좌로 지정하면 생활거래형 금리우대인 연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다. 하나은행의 시크릿 적금도 카드와 통장을 연계한 복합상품이다. 최고 0.3%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며 현재 5년 만기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