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연봉이 사장보다 몇 배 많은 회사가 있다. 한국석유공사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공기업으로는 최초로 외국인 임원 2명을 영입했다. 탐사 시추 성공률을 높이고, 메이저 석유회사 수준의 석유개발 인재 육성을 위해 과감히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경직된 조직인 공기업에서 이들은 강영원 사장보다 파격적으로 몇배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목표로 '대형화'에 나서는 석유공사는 이런 경영혁신을 통해 목표달성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세계 40위 석유기업을 향해

석유공사의 최대 지상과제는 덩치 키우기다. 이를 위해 해외 광구 지분 확보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24개국에서 209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탐사사업이 142개이고, 생산·개발 사업이 각각 55개, 12곳이다. 석유공사는 내년까지 원유 하루 생산량을 30만배럴, 보유 매장량 20억배럴을 달성하겠다는 'GREAT 3020'을 차근차근 실행해가고 있다. 2008년 6월 석유공사 대형화 정책 수립 당시만 해도 보유 매장량은 5억4000만배럴에 그쳤다. 하루 생산량도 21만7000배럴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 반 만에 덩치는 4~5배로 커졌다. 이 결과로 우리나라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07년 4.2%에서 2009년에는 9.0%로 2배 이상 올랐다. 작년에는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Dana)를 인수하면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 2월 인수한 남미 페루의 사비아(Savia)-페루 유전 현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석유공사는 전 세계 24개 나라에서 209개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올 초 아랍에미리트와 10억배럴 규모의 생산유전 참여를 논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5억7000만배럴 규모의 3개 광구에 참여를 논의하는 유전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가 과거 70년 넘게 미국·영국 등 소수의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지배해온 '석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미국 아나다코(Anadarko)의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셰일오일과 같은 비전통 원유사업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확대해가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9년까지 하루 생산 60만배럴까지 늘려 세계 40위권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큰 덩치에 맞게 조직 체질도 바꿔라

석유공사는 대형화에 걸맞은 각종 경영혁신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조직과 경영관리 시스템으로는 커진 덩치를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탐사본부, 개발생산본부 등 2본부로 구성된 석유개발 부문을 아시아, 미주, 유럽·아프리카 본부 등 3개 지역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사업이 글로벌화되고 해외 현지 규모가 확대하면서 종전의 기능 중심의 석유개발 조직을 핵심 거점 중심의 지역본부 위주로 개편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캐나다 캘거리에 '한국석유공사 기술연구센터'를 열었다. 자원 개발 분야 기술연구와 관련한 연구센터로는 첫 해외진출 사례다. 캘거리는 2009년 12월 석유공사가 인수·합병(M&A)에 성공한 하베스트(Harvest)가 소재한 지역으로 기존 사업과 연구개발 분야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비리 포상금 최대 20억원

석유공사는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청렴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다. 옴부즈맨은 각계 사회분야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춘 3인 이상으로 구성됐다. 비윤리적 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1000만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해외 사업이 확대되면서 국제 계약이 증가함에 따라 계약 체결과정에서 부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계약 청렴도 강화 기준도 제정했다.

석유공사는 2010년 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전년도보다 1.84점 오른 9.18점을 기록, 우수등급을 받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이 실시하는 윤리·지속가능 경영 평가에서도 2007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AAA'를 획득했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석유공사는 글로벌 중견석유기업으로 도약하느냐, 로컬 석유기업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주저앉게 되느냐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기존 기업 체질 파괴를 통한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실천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