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통신(일명 MVNO) 회사들이 최근 휴대전화 기본료를 없애거나 통화요금을 절반 가까이 낮춘 파격적인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기존 통신사와 본격적인 대결을 선언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최신 스마트폰을 대폭 할인해주면서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와 휴대전화 기종이 훨씬 다양해진 셈이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이용 형태에 맞는 업체와 요금제만 잘 선택해도 비용을 적지 않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가구당 평균 통신비는 월 14만1200원으로 휴대전화 요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월 기본료 제로(0)' 요금제

현재 통신사들이 선보인 휴대전화 요금제 가운데 제일 싼 것은 지난달 말 저가통신사인 에버그린모바일이 내놓은 '제로 요금제'다. 기존 통신사가 통화량에 상관없이 매달 1만1000원씩 받아가는 기본료를 완전히 없앤 상품이다. 음성통화 요금은 1초에 1.8원, 문자메시지는 1건당 20원으로 기존 통신사와 같다. 한 달에 50분을 통화한다면 5400원만 내면 된다.

김도균 사장은 "KT의 통신망을 빌려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은 KT와 동일하다"며 "거대 통신사들의 타깃에서 벗어난 특정 사용자층을 노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서비스는 휴대전화를 거는 것보다 받는 데 주로 사용하는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 적합하다. 별도의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무선인터넷도 쓸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하던 전화기와 전화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이 회사는 주로 온라인(www.egmobile.co.kr)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청소년·주부는 저가 후불 요금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많이 쓰는 주부나 청소년은 매달 기본료나 일정액을 내는 저가통신사의 후불(後拂) 요금제가 유리하다. 일정량의 음성·문자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저가통신사의 후불 요금제는 기존 통신사의 반값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이달부터 월 2만5000원에 음성통화 250분, 문자메시지 250건을 이용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후불요금제)를 내놓았다. 기존 통신사에서 이만큼 사용하려면 4만3000원의 요금을 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달 1만8000원을 아낄 수 있다. 1년이면 21만6000원이 덜 드는 셈이다.

이 회사는 SK텔레콤 통신망을 빌려서 서비스를 한다. 기본료를 기존 통신사의 절반 수준(월 5500원)으로 낮추고, 문자서비스 요금도 1건당 5원이 싼 15원에 제공하는 표준요금제도 내놓았다. KCT의 이동원 실장은 "부가서비스를 최소화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여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최대 50% 싼 가격에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대학생 기존 통신사 선호

통화량이 많고 무선인터넷을 날마다 사용하는 사람은 기존 통신사 요금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 대형 통신사들은 70만~90만원 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요금제에 따라서 공짜 혹은 20만원 선에 제공한다. 단, 2년간 이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겠다고 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달 출시된 출고가 81만4000원짜리 애플 아이폰4S(저장용량 16GB 제품)를 KT는 21만2000원, SK텔레콤은 23만800원에 판매한다. 월 5만4000원 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하는 조건이다.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면 스마트폰 할인액도 많아진다. 저가통신사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공급받지 못해 재고폰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1주일이나 한 달 정도 단기간 사용하려는 사람은 렌털이나 리스폰을 고려할 만하다. 특급호텔들은 저가통신사와 제휴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렌털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리스폰은 최신 스마트폰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IT회사들이 주로 이용한다. 사용기간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계약이 끝나면 전화기를 반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