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대학가에 있는 강모(35)씨의 술집에 지난 8월 자칭 '파워블로거'가 포함된 일행 5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금요일 저녁 8시쯤 가게에 찾아와 술과 안주를 합쳐 8만원어치쯤 주문했다. 이들은 "우리는 음식 전문 파워블로거이니 촬영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강씨는 가게 홍보가 될 것이란 생각에 조명을 조절하고 서비스 안주도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은 계산할 때가 되자 돈을 내지 않았다. 강씨가 술값을 내라고 하자 이들은 "우리가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얼마씩 받는지 아느냐"며 "당신한테 우리가 받아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안 좋은 글을 쓴 식당이 어떻게 됐는지 아느냐"고 은근히 협박까지 했다.

강씨는 결국 이들로부터 술값을 받지 못했다. 그는 "웬만하면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아르바이트 직원이 말렸다"며 "몇만원 술값을 안 받는 게 낫지 악소문이 나면 가게가 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워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처럼 식당 자영업자들을 위협해 무전취식 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들을 가리켜 '파워블로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파워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말이다.

서울 서교동에서 카페를 하는 한모(39)씨는 "젊은 층이 많이 오는 가게가 이런 사람들의 주요 타깃"이라며 "인터넷 소문 한 줄에 매출이 20~30%씩 바뀌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이들의 위협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예 공짜로 달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스스로 파워블로거임을 내세워 음식값을 깎아달라고 하거나 서비스 메뉴 제공 등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경우는 흔하다고 했다.

'파워블로거지'들은 최근 기업 제품 발표회장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제품 발표회장에 공짜 밥을 먹으러 오는 것. 한 IT업체 홍보팀 관계자는 "신제품은 보지도 않고 음식 사진만 찍는 사람도 있어 알아봤더니 음식 전문 블로거였다"며 "마음 같아선 쫓아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악평을 올릴까 싶어 놔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