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 중동의 민주화 바람, 중국의 재스민 혁명, 한국의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SNS(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게도, 멕시코 갱은 '금단(禁斷)의 영역'이 될 것인가.
 
지난 8일 멕시코 동북부 국경도시 누에보라레도에서 목 잘린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SNS에 글을 올리지 말란 뜻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메모가 남겨졌다. 이날 시신으로 발견된 35세의 남성은 갱의 활동을 SNS에 폭로해온 인물이었다. 메모의 말미에는 'Z'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Z는 현지 갱 '제타스(Zetas)'를 의미하는 단어. 
 
이 도시에선 지난 9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같은 내용의 메모와 함께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9월14일 한 보행자 다리에서 줄에 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된 이들의 시신은 고문당한 흔적이 역력했고 신체 일부가 없고 장기와 뼈가 드러났다. 역시 트위터를 통해 갱의 활동을 폭로하거나 그들을 비방했다는 이유였다.
 
그간 멕시코 마약 갱은 잔혹한 고문과 무자비한 보복 살인, 피해자 시신 공개 등을 통해 현지 경찰과 군대, 언론을 침묵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다가 이 갱에 맞서는 새로운 저항의 도구로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가 등장했다. 시민들은 특히 실명과 신분을 감출 수 있는 트위터를 통해 갱의 악행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두 달 사이 4명의 SNS 이용자가 참혹한 최후를 맞으면서,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공포가 번져나가고 있다.

마약 범죄에 대해 채팅을 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채팅 룸은 참석자들이 모두 익명을 쓴다. 그래서 희생자가 발생해도, 신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멕시코 마약 갱은 최근 전문 해커를 고용해 사용자들이 쓴 쿠키나 서버 주소, 로그인 정보들을 해킹해서 자신들의 범죄를 트위터 등에 익명으로 고발하고 퍼뜨린 네티즌들을 추적해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보안 회사인 '크리티컬 애싯츠(Critical Assets)' 대표인 매트 해리건씨는 한 외신에 "수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에게 이들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갱이 SNS를 완전히 침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련의 무자비한 보복 살인에도 현지 페이스북 등에는 "겁내지 말자. 안타까운 희생이었지만 이건 갱들도 (SNS를) 두려워한다는 뜻"이란 내용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온다. SNS에서 개인정보를 감추는 방법을 설명하는 글도 계속 퍼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너무 무섭지만, 우리마저 입을 닫으면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고 썼다. 
 

해커집단 '어나너머스'의 상징인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네티즌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갱단을 향해 협박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최근엔 오히려 갱이 온라인으로 협박을 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발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해킹에도 성공했던 유명 해커 조직 '어나너머스'의 조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네티즌이 지난달 5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었다.

어나너머스를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화면에 나선 이 네티즌은 "제타스는 우리 동료 두 명을 납치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그를 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11월 6일 갱에 대한 협조자들의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무원, 택시기사,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제타스 협조자들의 신원이 공개되면, 굳이 경찰이 아니더라도, 경쟁 조직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러한 협박은 해당 네티즌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에서 과거 멕시코 정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정확히 예측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빙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네티즌은 자신이 제안한 데드라인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트위터에 "제타스에 납치됐던 동료가 석방됨에 따라 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물론 실제 납치·석방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어노니머스의 멤버가 납치됐는지, 어노니머스 측이 갱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실제 갖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