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도 한 장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사용한 중국 지도가 부정확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삼성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상하이(上海)에서 '갤럭시 노트'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도 중국 기자 300여명을 초청해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직접 제품을 소개했다.

이날 오후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에는 행사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시나 웨이보는 가입자 2억5000만명인 중국 최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다. 홍콩계 봉황TV 과학·기술팀이 찍은 사진을 보면 신 사장이 제품을 설명하는 뒤쪽 배경 화면에 중국 지도가 표시돼 있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은 곧바로 지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투쩡쉔'이라는 네티즌은 "중국 지도에서 대만이 빠져 있고 신장(新疆)과 티베트 등이 부정확하게 그려졌다"고 비판했다. '스빠오샹꺼'라는 네티즌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 가서 알래스카를 미국 영토에 포함하지 않으면 어떤 반응이겠느냐"고 썼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도에서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 등 중국 동북지역이 국경선과 비슷한 선으로 나뉜 것을 두고 '한국이 간도, 고구려 영토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송쓰밍'이라는 네티즌은 "과거 일본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때 조선인들이 다수 이주해 땅을 경작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지역을 한국인들의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썼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10일 열린‘갤럭시 노트’발표회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 신 사장의 왼편에 문제가 된 지도가 보인다.

남방일보 등 유력 일간지까지 합세해 사진을 퍼나르면서 11일 현재 웨이보 상에는 비교적 인기 있는 글의 경우 3000회 이상 재전송되고 600건의 의견이 달린 상태다. 이런 글이 수십여건에 이른다. 이들 네티즌은 삼성의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일부는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런 애국주의 성향의 젊은 네티즌을 '펀칭'(憤靑·분노한 청년)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도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펀칭의 표적이 된 예가 적지 않다. 2004년 일본페인트는 한 광고잡지에 중국식 건물 기둥에 자사 제품을 발랐더니 너무 매끄러워서 장식으로 달린 용이 미끄러졌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가 중국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중국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같은 해 도요타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랜드크루저'가 눈길에서 중국 군용차량으로 보이는 차를 끌고 가는 광고를 실었다가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자금성에서 영업 중이던 스타벅스가 "중국 문화를 짓밟는다"는 네티즌 집단 항의로 6개월 만에 철수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울릉도·독도가 빠진 지도를 보여줬다면 한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했겠느냐"며 "기업은 현지인의 감정이나 금기사항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들에게 사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