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가 해킹을 당하자 평소 트위터로 소통을 즐기던 기업 CEO들이 긴장하고 있다.

기업인 중에서는 정 부회장 외에 박용만 두산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등이 대표적인 트위터 애용자로 꼽힌다.

이들은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소통과 트렌드에 민감한 감성 CEO'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정 부회장은 작년 7월 로마 출장길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가 먹통 돼 난감하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고, 애플 마니아인 박용만 회장은 2009년 11월 아이폰 출시 당시 "아이폰 신청 잘하신 거예요. ㅋㅋㅋ"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 해킹 사건으로 기업인들이 언제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게다가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금품 요구 등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나타나지 않은 단순 해킹은 범인을 잡기도 쉽지 않다. 정용진 부회장은 당분간 트위터 활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왼쪽부터 박용만 두산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표현명 KT 사장.

박용만 회장, 정태영 사장, 표현명 사장 등은 정 부회장 해킹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트위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 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 회장께선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일절 올리지 않으며 개인적인 목적으로만 한정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트위터를 통한 고객의 질문에는 반드시 답변을 남긴다"며 "다만 트위터를 사용하려면 해킹 공격 등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도 트위터에 '표현명 봇'(로봇의 의미)이라는 가짜 계정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작년 6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가짜 스티브 잡스 트위터에 속아 "아이폰4를 리콜할 것"이라는 오보(誤報)를 내기도 했다. 가짜 스티브 잡스 트위터는 팔로어가 45만명이나 됐고, 결국 트위터 본사에서 이 가짜 계정을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