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을 하고, 앞차를 순식간에 추월하는 등 곡예 운전을 일삼는다.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견인차의 모습이다. '도로 위의 무법자'로 불리는 견인차의 불법 행위가 '진화'하고 있다.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엔진을 개조하고, 음주를 한 후 사고를 낸 운전자를 협박해 돈을 갈취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고 난 차를 견인해야 할 견인차로 인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초 회사원 김모(28)씨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밤새 술을 마신 후 새로 구입한 스포츠카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결국 여의도 인근 도로의 화단을 들이받았다. 술에 취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는 "조용히 따라오라"며 영등포의 견인차량 차고지로 김씨를 이끌었다. 차고지에서 견인차 기사는 김씨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눈감아주겠다"며 "요즘 시세가 300만원이니 인출해오라"고 했다. 김씨는 "견인차 기사가 '음주운전 사실을 보험회사에 얘기하면 보험료도 못 받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며 "결국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다 줬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견인차 기사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깜빡하고 견인비를 안 받았다"며 "100만원을 입금하라"고도 했다.

일부 견인차 기사는 곡예운전을 넘어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불법으로 차량 엔진을 개조하기도 한다. 10여 년째 견인차를 몰고 있는 정모(52)씨는 "요즘 젊은 기사들 중에 견인차 튜닝이 일반적"이라며 "엔진 자체를 개조해 도로 위에서 폭주족처럼 차를 몬다"고 했다. 견인차는 출고 당시 최대 시속 160㎞로 속도를 제한해 놓는다. 그러나 일부 견인차 기사는 시속 200㎞까지 달릴 수 있도록 엔진을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경쟁이 치열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 기사들이 불법 행위를 해 일반인들이 견인차 기사 전부를 마치 범죄자인 듯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견인차가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 9월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견인차량 난폭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535건에 달했다. 이로 인해 18명이 사망했고, 810명이 부상당했다. 견인차가 또 다른 견인차에 견인되는 상황이 한 달에 22건씩 발생한 셈이다.

견인차들이 불법 행위를 일삼는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현재 견인차의 수는 1만1000여대에 이르고 있다. 견인차 기사들은 현장에 빨리 도착해 사고 차량을 견인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견인차 기사들은 LPG 충전소를 돌며 택시기사들에게 명함을 뿌리기도 한다. 사고를 목격한 택시기사의 제보를 받아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다. 견인차 기사들은 제보를 해 준 택시기사들에게 이른바 '콜비'로 5만~7만원을 준다. 택시기사 차모(57)씨는 "하루 일당보다 사고 제보로 받는 돈이 많은 적도 있다"고 했다. 또 친분이 있는 공업사로 차를 끌고 가 차량 수리비의 10% 정도의 '통값'을 챙기기도 한다. 통값은 보험료 과다 청구로 이어져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견인차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은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견인차 기사 오모(42)씨는 "경찰이 특별단속을 할 때 빼고는 기사들이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현장에 빨리 도착하는 경쟁업체 견인차가 경찰보다 두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견인차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되지만,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 견인차는 소방차나 구급차와 달리 '긴급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신호위반, 과속, 앞지르기 등은 모두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포토] 난감한 상황 '견인되는 견인차' '화제'
[키워드] 견인차 불법 행위|견인차 튜닝|차량 엔진 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