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이마트 은평점 입구에 20여명이 빈 쇼핑카트를 가지고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오전 10시에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앞다퉈 가전매장으로 달려갔다. 이마트가 이날부터 판매하는 49만9000원짜리 32인치형 LED TV를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유통 파워와 가격을 무기로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메이저에 도전한 이마트의 '반값 TV'가 출시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비슷한 사양의 기존 제품보다 40% 정도 저렴한 이마트 TV는 판매 시작 8시간 만인 오후 6시까지 1350대가 팔렸다. 1분당 2.8대꼴로 팔린 셈이다.

이마트가 49만9000원짜리 32인치 LED TV‘ 이마트 드림뷰’판매를 시작한 27일 서울 이마트 은평점에서 직원과 행사 도우미들이 TV를 손님의 카트에 싣고 있다.

여기에다 홈플러스롯데마트도 비슷한 가격대의 32인치 LED TV 판매 계획을 밝혀 TV 시장에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대결은 확전(擴戰)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국내 중소기업 우성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32인치 LED TV를 56만9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도 11월 중순에 비슷한 가격대의 32인치 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40만원대 LED TV의 등장에 소비자들은 대환영을 표시했다. 서울 은평점에서 TV를 산 김연희(33)씨는 "혹시 매진될까 봐 아침 9시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박헌복(56)씨는 "실물을 직접 보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바로 샀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점에선 10대, 서울 창동점에서는 6대를 한꺼번에 산 손님도 있었다. 경남 창원점 등 11개 점포에서는 입고된 TV 30여대가 모두 팔려 뒤늦게 방문한 고객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마트 가전담당 김선혁 바이어는 "평소 32인치 TV 판매량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1차 생산물량 5000대가 이르면 이번 주말에 모두 팔릴 것으로 보고 제조사인 대만 TPV사에 추가 발주를 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TPV 중국 샤먼(厦門) 공장은 5000대 생산에 20시간밖에 안 걸린다. 물량 공급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TV시장은 연간 255만대 규모로 이 중 30인치대 TV의 판매 비중은 30% 정도다. 삼성·LG 등 기존 가전업체들은 40인치대 TV를 주력 모델로 삼고 있다. 반면 대형 마트들은 32인치 TV를 '공략 포인트'로 잡았다. 대형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30인치대를 선택한 것이다.

대형 벽걸이형 TV가 대중화된 상황에서 '두 번째 TV'를 사려는 소비자가 많고,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면서 TV를 한꺼번에 교체해야 하는 소비층도 유통업체의 TV시장 진출을 부추겼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소형 병원이나 숙박업체 등에서 '10대 이상 한꺼번에 사고 싶은데 예약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마트 TV가 '대박'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판 비지오(Vizio)'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비지오사(社)는 LCD TV를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월마트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해 북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업체다. 지난해 북미지역 LCD TV 시장점유율 18.2%로 삼성(17.5%)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 가전담당 김학조 상무는 "철저한 가격 합리화와 우수한 OEM 제조사, 대형 마트와의 전략적인 협업 구조를 갖춘 비지오의 성공전략이 이마트 TV의 롤모델(role model)"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