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개방형 포털’을 내세운 이스트소프트의 신생 포털 ‘줌(zum)’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티저사이트 공개 당시 10일 만에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 최근 월간 순방문자수(UV)는 40만~50만명에 그친 것. 이에 따라 ‘줌’이 10년 이상 굳어진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3강 체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개방형 포털 '줌'

◆ ‘줌’이 내세운 ‘개방형 포털’이란?

‘줌(zum)’은 보안과 게임 사업을 하는 이스트소프트가 5년여에 걸쳐 준비하고 자회사 이스트인터넷을 통해 선보인 신생 포털 서비스다. 이스트인터넷은 지난 8월 초 ‘줌’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며 국내 최초 ‘개방형 포털’을 목표로 내세웠다. ‘개방형 포털’이란 기존 네이버 등 포털 3사처럼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담은 종합 포털이 아닌, 사용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빨리 이동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게 해주는 ‘관문’과 같은 포털을 뜻한다.

‘줌’은 ‘줌 앱’과 ‘줌 앱스토어’를 통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트위터·페이스북·증권·쇼핑·날씨 등을 웹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자신이 원하는대로 추가·삭제해 포털 첫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으면 중간 페이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설정에 따라 하나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여러 다른 포털의 검색 결과도 동시에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줌은 자사 콘텐츠 위주의 결과가 아닌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불필요한 광고 글을 걸러내고 중소 웹사이트들의 콘텐츠들을 많이 제공해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었다.

◆ 월간 UV, 40~50만명 그쳐

하지만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이스트인터넷의 '줌'은 현재 월간 UV가 50만명을 기록 중이다.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나서 UV가 40만명을 기록하던 것이 지난달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이트를 공식 오픈한 이후 UV가 50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스트소프트가 지난 6월 '줌'의 티저사이트를 공개하며 10일 만에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실제 성적표는 기대 이하인 것.

회사 측은 “현재 UV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연내 2차 오픈을 통해 검색 서비스 ‘검색 줌’과 뉴스 서비스 ‘뉴스 줌’, 지식 서비스 ‘아하 줌’ 등을 선보이며 주간 기준 500만 사용자를 돌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소프트에 따르면 ‘줌’은 현재 포털 사이트 중에서는 8위, 종합적으로는 176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검색 시장 점유율 3%, 2013년에는 점유율 5%를 목표로 잡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의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다음이 20%, 네이트가 4.5%, 구글이 2.5% 수준이다.

◆ 재기 노리는 ‘줌’ 성공할까?

하지만 ‘줌’이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기존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포털 3강 체제가 선보이는 ‘종합 포털’과 비교해 ‘개방형 포털’만의 장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개방형 포털’이라는 개념에 대해 네티즌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합 포털’에 익숙해진 네티즌들은 ‘개방형 포털’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만 모아놓는 일종의 ‘즐겨찾기’와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줌’이 그 이상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는다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줌’을 만든 이스트인터넷의 모회사 이스트소프트는 얼마 전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및 싸이월드 해킹 사건과도 연관돼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경찰청은 ‘줌’이 시험 서비스 중이던 지난 8월 중순 이스트소프트를 압수수색하고 “해커가 이스트소프트의 공개용 알집 서버를 이용해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