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00㎞ 주행.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5배 향상", "일본 마쓰다자동차. 배터리 용량을 2배로 늘리는 재료 개발", "독일 오펠. 도심형 2인승 전기차로 충전요금 1유로(1500원)만 있으면 100km 주행. 기존 소형차보다 10배 경제적", "일본 닛산. 매년 신기술 15건씩 2016년까지 첨단기술 90건 적용 방침."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발표된 일본과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미래형 자동차 신기술들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요즘 미래 자동차시장의 승패를 가를 친환경 최첨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반도체 기술 발표회는 있어도 자동차 관련 첨단 신기술에 대한 발표는 드물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미래의 승부'에서 일본과 독일 자동차업체들에 뒤지고 있다.

"자동차 핵심 기술, 2% 부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인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생산 능력은 세계 5위로 선두권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력은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연기관과 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내년 초부터 L당 40㎞를 주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소형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프리우스 연비가 L당 32㎞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0%나 향상된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의 최고 연비는 L당 21㎞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미 현대·기아차보다 연비를 두 배나 향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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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90%가 넘는 부품 국산화율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자립하지 못하는 핵심 기술이 많다. 개당 가격이 20만~30만원 하는 연료 분사 펌프, 40만~50만원짜리인 연료 분사 인젝터, 50만~60만원 하는 엔진 콘트롤 장치(ECU), 50만~100만원인 배출정화장치 등은 모두 현대·기아차가 수입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장치 대부분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보쉬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시제품은 만들고 있으나, 양산차는 오는 2014년이 돼야 생산할 수 있다. 반면 닛산은 '리프'라는 전기차를 이미 올해부터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GM도 전기차 볼트를 5000대가량 판매했다.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현대·기아차는 쏘나타·그랜저·K5 등 대중적인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로 만드는 상품 개발 능력은 세계적이지만 고유의 자동차 기술이 없는 게 흠"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성장 동력인 핵심 기술력이 2%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R&D 투자, 도요타의 6분의 1

디젤 엔진 부문도 현대·기아차가 한참 뒤지는 분야다. 유럽의 경우 친환경 디젤 자동차는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가 디젤 엔진의 핵심인 연료 분사장치 등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디젤 엔진 승용차를 대량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소음과 진동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이다. 현대·기아차는 8단 변속기에 이어 조만간 10단 변속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자동과 수동의 장점을 합쳐 연비를 개선하는 듀얼클러치변속기(DCT) 기술은 아직도 미흡하다. 최근 출시한 벨로스터에 처음 적용했지만 호평을 받지 못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의 R&D 투자는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09년 도요타자동차는 R&D 비용으로 67억6800만유로(10조7000억원)를 투입해 세계 1위였다. 2위인 폴크스바겐도 57억9000만유로(9조1700억원)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도요타의 6분의 1도 안 되는 11억8800만유로(2조1205억원)만 R&D에 투자하며 15위에 머물렀다. 연구인력도 8000여명(석박사급 2500여명 포함)뿐이어서 도요타자동차(2만여명)보다 크게 적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주력산업팀장은 "현대·기아차는 R&D 투자를 늘려 기술력 확보에 더 힘써야 한다"며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다가는 지금의 호황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