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에서 차로 30분쯤 달려 경춘고속도로 강촌IC를 빠져나와 꼬불꼬불한 산속 국도를 달렸다. 도로를 따라 5분쯤 지나니 왼쪽에 연구소처럼 생긴 건물 하나가 나왔다. 이곳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기업 더존비즈온춘천 본사.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에 내려가니 'D-클라우드센터'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 키보다 조금 큰 시커먼 서버(대형 컴퓨터) 500여대가 군데군데 초록색 불빛을 뿜어내며 작동 중이었다. 안내를 맡은 윤철준 더존비즈온 팀장은 "전자팩스·전자세금계산서 등 각종 고객 데이터를 보관하는 서버가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며 "서버가 과열되면 오작동이나 데이터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어 일년 내내 섭씨 22도의 내부온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의 더존비즈온 데이터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고객 데이터를 보관하는 서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약 70곳. 대부분 서울·인천·분당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더존이 지난 7월 세운 D-클라우드센터가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에 위치한 것은 서늘한 이곳의 기후 때문이다. D-클라우드센터는 외부 온도가 섭씨 12도 밑으로 떨어지면 실외 공기를 서버실로 끌어와서 열이 많이 나는 서버의 온도를 자동으로 떨어뜨린다. 서버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계절 내내 냉각장치를 가동할 필요가 없다. 1년에 절약되는 전기요금만 3억원에 달한다.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갈수록 데이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다. 하지만 IDC의 전력소비가 만만치 않아 정부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력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는 올해처럼 극심한 전력난이 닥칠 때면 더욱 골칫거리다.

◇3개 전력사용량=충주시 전력소비량

작년 한 해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가 소모한 전력은 20억킬로와트시(㎾h)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대형 IDC의 경우 단일 전력사용량만 9만메가와트시(㎿h)에 이른다. 충주시에서 지난해 소비된 가정용 전력이 약 26만㎿h인 것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 3개가 웬만한 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한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의 연간 전기요금은 30억~70억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 다(多)소비 전자제품에 데이터센터를 집어넣고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우석 지경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데이터센터의 주요 장비에 내년부터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도입·센터 입지 선정 중요

올 들어 국내 IT업계에서는 서버와 각종 하드웨어를 외부업체에서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이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클라우드가 활성화되면 기업 내부에 별도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던 기업들이 더 이상 자체 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외부 전문 서비스업체의 서버를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센터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서버의 사용률도 올라가 효율적이다. 현재 국내 기업용 서버의 사용률은 8~15% 수준에 불과하다. 데이터센터와 그 안에 들어가는 장비가 줄면 환경문제에도 도움을 준다. 세계적 IT시장조사기관 IDC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한 대 줄일 때마다 약 11.4t의 이산화탄소(CO₂) 방출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절전형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센터의 입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버플랫폼연구팀장은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60% 정도가 서버 냉각과 전력 조달과 관련된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대다수 IDC가 서울·인천 등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자연냉각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신규 IDC는 기온이 낮은 산간지역에 구축하고 건물 내부구조도 냉각이 잘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주 한양대 교수(전기공학 전공)는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전기요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절전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며 "데이터센터 같은 산업용 시설은 10%만 전력소모를 줄여도 국가적인 전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기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Internet Data Center)

인터넷 사업 및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설비·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시설.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용 시설 중 하나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