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가을이 한창이지만 남반구의 브라질은 한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올여름 브라질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를 박멸하는 것. 무기는 바로 모기 자체다. 유전자 조작을 한 모기는 야생 모기와 짝짓기를 해 자멸(自滅)로 이끈다. '살아 있는 살충제'가 개발된 것이다.

불임 모기에서 한 걸음 더 발전

열대 지역에서는 종종 모기를 방출하는 실험을 한다. 이 모기는 방사선을 쪼여 생식 능력을 상실한 수컷 모기다.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해도 알을 낳지 못한다. 결국 정상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을 막아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를 거둔다.

미국에서는 이미 가축의 피부에 기생하는 나선구더기를 낳는 파리나 외래 어종인 칠성장어를 같은 방법으로 퇴치한 예가 있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방출된 유전자 조작 분홍목화씨벌레가 첫 사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다른 해충으로 널리 쓰이지 못했다. 불임을 유도하려면 방사선을 쪼이는데 다른 신체 기능은 손상하지 않고 불임만 유도하기가 어렵다. 방사선을 쪼인 수컷은 대부분 약해져 야생에서 정상 수컷과 짝짓기 경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브라질 당국은 불임 모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자멸 모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상은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뎅기열은 열대지역에서 한 해 5000만에서 1억명의 사람이 감염돼 5% 정도가 심각한 상태에 빠지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뎅기열, 말라리라 등 각종 질병을 옮기는 모기의 현미경 사진.

영국 옥시텍(Oxitec)사가 개발한 자멸 모기는 유전자 공학 기술로 나중에 애벌레가 자라면 스스로 죽게 만드는 유전자 두 벌을 갖고 있다. 이 유전자는 항생제가 있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 수컷은 항생제를 먹고 있어 자멸 유전자가 잠자고 있다.

자연에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항생제가 없기 때문에 이때부터 자멸 유전자가 작동한다. 유전자 조작 수컷과 야생 암컷이 짝짓기하면 정상적으로 알을 낳고 애벌레로 자란다. 하지만 몸속에는 이미 자멸 유전자란 시한폭탄이 가동 중이다. 결국 애벌레는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2009년 옥시텍사는 빌 게이츠 재단의 도움을 받아 케이먼제도와 카리브해에서 자멸 유전자를 가진 모기 300만 마리를 방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유전자 조작 모기는 야생 수컷과의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 뎅기열 전염 모기의 개체 수가 80%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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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무기는 암컷 모기의 날개 근육을 망치는 것이다. 모기 암컷은 피를 빤 다음 무거워진 상태에서 날 수 있도록 날개 근육이 특별히 발달해 있다. 수컷은 이런 근육이 없다.

옥시텍사는 암컷의 날개 근육을 망치는 유전자를 수컷에 주입했다. 이 모기가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나중에 알에서 깨어난 수컷은 정상이고, 암컷은 날개 근육이 망가진 불구가 된다. 암컷이 날지 못하면 짝짓기를 할 수 없다. 수컷은 계속해서 정상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근육 손상 유전자를 퍼뜨린다.

자연친화 살충제 vs 생태계 교란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해충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살충제보다 훨씬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살충제는 해충뿐 아니라 다른 곤충이나 새, 양서류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유전자 조작 박멸법은 해당 해충만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유전자 조작 해충 박멸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생태계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유전자 조작 곤충이 환경과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무리 해충이라도 한 집단이 몰락하면 생태계 먹이사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입한 유전자가 다른 종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