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첫날인 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3.5포인트(3.6%) 급락했다. 코스닥 역시 3%를 넘는 폭락세였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폭락한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23곳은 오히려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6일 이후부터 살펴봐도 그렇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3.2%와 6.5% 상승하는 동안 국내 증시에서 3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곳도 35개에 달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잘 고른 종목(테마) 하나가 증권사의 투자전략이나 추천주보다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상장 종목이 동반 하락하는 장에서는 개별 이슈가 있는 기업이나 테마를 골라잡아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은 반대로 생각하면 수급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별 이슈 확실하면 주가는 오른다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최근 5일간 대형 조선주들의 주가상승률은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3.2%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중공업이 14.8%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고, STX조선해양현대중공업이 각각 13.0%와 12.7% 상승했다.

대형 금융주들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17.2% 상승했고, 우리금융은 14.5% 올랐다. KB금융도 12.0% 상승했다. 조선주와 금융주들은 나란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주가 하락을 막자는 취지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도 시장 전체 상승률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 매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웅진케미칼과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STX, 대신증권은 최근 5일간 각각 12.7%, 11.8%, 6.4% 주가가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주가 부양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하락장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박 종목도 속출…투자는 신중해야

다만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른바 '묻지마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 지난달 26일 상호가 변경되며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된 하이트진로2우B는 줄곧 급등 행진을 이어오며 1주일 만에 주가가 2배로 뛰었다. 하이트진로의 또다른 우선주인 하이트홀딩스우도 같은 기간 38.3% 급등했다. 하이트진로 그룹 우선주 배당률이 높을 것으로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모였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보통주는 하락하는 마당에 우선주가 특별히 오를 만한 이유는 없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봇 관련 업체인 에스티큐브는 최대주주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유력한 후원자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근 1주일간 100.4%의 주가상승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에스티큐브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주가급등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성지건설은 기업 간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지면서 최근 1주일간 77.4%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갑작스레 차익 매물이 출회되면서 열흘간 단 하루도 오르지 못하고 주가가 41.5%나 폭락하기도 했다. 최근 급등세는 이른바 '반등'인 셈이다. 안정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주가지수와 비교해 지나치게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에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투자하려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