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장악한 세계 태블릿PC 시장에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이 저가(低價)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무기로 도전장을 내며, '제2차 태블릿PC 전쟁'에 불을 붙였다. 아마존은 인터넷을 통해 e북 100만권과 영화·TV프로그램 10만편, 음악 1700만곡을 파는 세계 최대 서점이다.

28일(현지 시각)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Bezos)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7인치 화면의 태블릿PC '킨들 파이어(Kindle Fire)'를 선보였다. 킨들 파이어는 199달러에 8기가바이트(GB) 메모리 용량과 무선랜(와이파이) 접속 기능을 갖췄다. 카메라는 내장되지 않았다. 499~799달러인 애플 아이패드2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물론 삼성의 갤럭시탭보다도 크게 싸다.

모건스탠리의 스콧 데빗 애널리스트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아마존 "200달러 미만의 저가 태블릿PC 시장 잡겠다"

베조스 아마존 CEO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서로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설립자이기도 한 베조스는 2007년 말 e북 단말기 '킨들'을 선보여 2000만대 이상 팔며, '종이책'에 매달려온 출판계에 'e북 쇼크'를 일으킨 인물이다.

아마존의 '저가 태블릿PC'가 가능한 이유는 e북·음악·영화·TV프로그램과 같은 엄청난 콘텐츠의 힘 덕분이다. 아마존의 콘텐츠 파워는 애플을 훨씬 넘어선다는 평가다. 애플의 아이튠스·앱스토어에는 e북(20만권)·영화(1만편)·TV프로그램(5만편)·음악파일(1800만개) 정도의 콘텐츠가 있다. 아마존이 각 분야에서 애플보다 2~5배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은 이런 콘텐츠 판매 수익의 30% 정도 수수료를 받는 중간 유통 업체지만, 아마존은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면서 수익을 가져간다.

아마존은 저가로 태블릿PC를 소비자에게 제공한 뒤, 여기에서 콘텐츠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린 낮은 마진에서 영업하는 데 익숙하다"는 베조스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신제품 행사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태블릿PC 신제품‘킨들 파이어’를 손에 들고 소개하고 있다.

◆태블릿PC 시장, 애플·삼성전자·아마존 간 3자 경쟁으로 재편될 듯

포브스는 "아마존과 애플이 각각 저가와 고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간 가격대의 시장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HP·샤프·리서치인모션(RIM) 등 태블릿PC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리란 것이다.

실제 HP는 '터치패드' 사업 포기를 발표했다. 샤프는 최근 출시했던 3개 모델 가운데 2개 모델의 판매를 중단했고 RIM은 2분기 판매량이 50만대에도 못 미치며 태블릿PC 포기설이 돌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삼성전자·아마존 3자 간 '2차 태블릿PC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4월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인 뒤, 너도나도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며 1차 전쟁을 펼쳤다.

결과는 애플의 70% 시장 장악과 나머지 업체들의 몰락. 그나마 삼성전자가 콘텐츠 없이 하드웨어 기술력만으로 올해 700만대 이상 팔며 선전했다.

2차 전쟁에선 삼성전자는 '콘텐츠 부재'와 함께 가격 인하 압력이라는 2중고에 맞서며 전쟁을 치러야한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에 힘든 시기가 왔다"며 "아마존의 저가 공세 탓에 갤럭시탭 10.1의 가격을 내리려 해도 여력이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아마존이 올 하반기 3개월 동안 300만~500만대를 팔아, 단숨에 3강의 한 축으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