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서 사람을 못살게 구는데 정말 짜증이 납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63)씨는 10년 넘게 KT의 2세대(2G)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2G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위주의 서비스입니다. 이씨는 '016' 번호에 구형 전화기를 쓰지만 통화가 잘돼서 별 불편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KT 쪽에서 이씨에게 "새 휴대폰으로 공짜로 바꿔줄 테니 3세대(3G) 서비스로 옮겨달라"는 안내 전화를 계속 건다고 합니다. 이씨는 "나는 새 전화기가 필요 없다고 해도 수십번이나 전화를 걸어댄다"며 "대출 안내 전화도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국내 2위의 휴대전화 회사 KT가 2G 서비스 종료를 서두르면서 29만명의 2G 가입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네이버 등 포털에는 KT의 2G 종료를 반대하는 카페까지 생겨났습니다.

KT는 현재 1.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사용하는 2G 서비스를 빨리 종료한 뒤 같은 주파수에서 4세대(4G)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경쟁사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두 달 전에 이미 4G 서비스를 시작해 KT로선 한발 늦은 상황입니다.

속이 탄 KT는 2G 가입자에게 "3G로 전환하면 2년간 요금을 매월 6600원씩 깎아주겠다"는 유인책을 쓰고 있습니다. KT가 싫다고 다른 통신업체로 갈 경우에도 현금 4만원을 '위로금'조로 지급합니다. KT측은 "새 휴대폰을 주고, 요금도 깎아준다는데 사람들이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합니다.

노인층이 많은 2G 가입자의 월 사용료는 1만원대에 불과합니다. KT가 별로 돈이 안 되는 고객이라고 해서 막 대하는 것은 아닌지, 세심한 배려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