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예금 만기인데 사흘 차이로 돈을 못 찾게 되는 건가요?"(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7곳을 영업정지시킨 18일 인터넷 재테크 카페 게시판에는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다급한 질문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50대 남성은 "사흘 전 전화로 물어볼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다고 그렇게 안심시키더니 내 소중한 돈을 다 날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자산은 어떻게 처리될지 자세히 알아본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진 원리금(원금+이자)을 보장받는다. 한 사람이 같은 저축은행 두 계좌에 각각 5000만원(원리금 기준)씩 예치해 뒀다면 5000만원만 지급받을 수 있다. 반면 가족이라도 명의가 다르면 1인당 5000만원까지 원리금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퇴출 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되면 약정 이자를 다 받을 수 있지만(5000만원 한도)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시중은행의 평균 이자(현재 연 2%대)만 받을 수 있다.

급한 불은 가지급금 2000만원으로

오는 22일부터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최대 2000만원의 가(假)지급금을 지급한다. 단, 대출이 있을 경우엔 예금에서 대출금액을 뺀 금액 한도 내에서 가지급금을 받아갈 수 있다. 아직 예금 만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일부를 가지급금으로 타갈 수 있고, 잔액에 대해선 정상 이자가 적용된다. 가지급금 신청은 예보 홈페이지(dinf.kdic.or.kr)나 해당 저축은행 지점을 이용하면 된다. 예금주가 미성년자면 부모가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와야 한다. 예보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가지급금을 신청하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즉시 본인 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므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대출 이용하면 최대 4500만원 확보 가능

만약 가지급금을 받았는데도 추가로 돈이 필요하면 예금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예보가 지정하는 은행을 통해 최대 2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예금을 5000만원까지 해뒀다면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 기관은 농협·우리은행·국민은행 등 세 곳이다. 단,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영업점 선정 과정이 늦어질 수 있어 개시시점에서 하루 이틀 정도 지연될 수 있다. 대출금리는 시중 은행 예금금리 수준이다. 대출기간은 6개월이지만 금융 당국에서 대출 필요 고객이 많다고 판단될 경우 3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다. 예금담보대출을 받으려면 통장과 거래인장·신분증을 갖고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받아 돈을 빌리면 된다.

5000만원 초과 예금은?

법적으로 5000만원(원금과 이자 합계액 기준) 초과분에 대해서는 예금 지급이 보장이 안 된다. 다만 이 고객들은 예금보호공사에서 지급하는 개산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개산지급금이란 부실 저축은행 파산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남는 파산배당금을 5000만원 초과 예금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실 저축은행 대부분은 빚 잔치 후 자산이 제로(0)일 가능성이 커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다면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개산지급금 신청은 예보로 하면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의 전례를 볼 때,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이 파산절차에서 30~60%를 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투자금은 보장 못 받나

후순위 채권자들은 법적으로 투자한 자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후순위채를 판매한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불완전 판매), 투자자는 손해배상 신청 절차를 통해 투자금을 건질 수도 있다. 이 절차를 밟으려면 우선 금감원에 설치된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 신고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측의 불완전 판매행위가 드러날 경우 저축은행에 손해배상을 권고하고, 만약 조정안을 저축은행이 수용하지 않아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토마토저축은행(영업정지 처분)과 달리 토마토2저축은행(부산 소재)은 '정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섣부른 예금 인출은 예금자에게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