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8%로 예상했는데 (9월 30일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2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4.8%에서 4%대 중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4%대 중반으로 낮추면 두 번째 하향조정하는 것이 된다. 정부는 올해 초 경제 전망을 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5%로 예상했으나, 지난 6월 청와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보고에서는 4.8%로 낮춘 바 있다. 이를 다시 4%대 중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처럼 전망이 계속 후퇴하는 것은 경제 도처에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및 유럽 재정위기 위험,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박재완 장관은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다"며 "위험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예산안을 낼 때 (연말에 내놓을 확정치에) 최대한 근접한 전망치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 전망이 계속 낮춰지면서 경제 정책의 초점도 물가 관리에서 성장으로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5.3%까지 치솟았던 것을 고점으로 9월부터는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추석 연휴 이후부터는 수요 압력이 완화되는 데다, 세계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크게 올랐던 상황이라 올해 하반기 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한 상승률 수치는 그리 높지 않게 나올 수 있다.

반면 경기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 장관도 "현재로서는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시하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내년을 본다면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가장 큰 변수가 물가에서 성장률로 옮겨 갈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경기 진작을 소홀히 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