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비용 부담을 납품·입점업체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3대 백화점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2010년 매출액은 31조8078억원으로 밝혀졌다. 10년 전인 2001년 매출액(11조8973억원)의 2.7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01년 3726억원에서 지난해 2조6458억원으로, 7.1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J홈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농수산홈쇼핑·우리홈쇼핑 등 5대 홈쇼핑 업체들도 10년 동안 매출액은 1.5배(1조9242억원→2조9217억원)로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1.2배(378억원→4238억원)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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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백화점 판매수수료 배 올랐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당기순이익 증가가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과도한 판매수수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공정위는 "유통산업에서 독과점이 심해지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당기순이익은 급증했지만,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은 높은 판매수수료 부담과 불공정 행위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잡화 브랜드 대표 A씨는 얼마 전 한 대형 백화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제품가격을 낮추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백화점 수수료라도 낮춰주면서 제품가격도 내려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 수수료가 20%대였는데 매년 1~2%씩 올라 지금은 35~40% 가까이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소 입점업체들의 불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수료 차별이다. 명품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의 수수료가 2배 이상 차이 나다 보니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올해 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평균 수수료는 26~28% 수준. 해외 명품 프랜드는 유통업체마다 '헐값'의 판매수수료로 서로 모셔가려고 하지만, 중소 입점업체들은 30~40% 정도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에서 30%대의 판매수수료를 내는 입점업체 비율은 롯데가 8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갤러리아(66.2%)·신세계(62.3%)·현대(61.1%) 순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입점업체 30%는 언제 망할지 몰라"

중소 입점업체들은 수수료뿐 아니라 각종 특가(特價)행사 강요나 전단 제작 비용 떠넘기기, 온라인 수수료, 리모델링 공사비 전가 등도 큰 고통이라고 하소연한다.

국내 유명 패션업체 관계자는 "입점 20개 브랜드 중 매출 하위 5개 브랜드에 '특가행사라도 해서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퇴점시키겠다'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백화점 온라인몰 판매 제품에 대해서도 35~37%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온라인의 경우 매장관리 같은 게 필요 없는데 왜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 입점업체들이 백화점이나 홈쇼핑의 수수료가 높은데도 일방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건 그 외엔 마땅한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백화점의 높은 판매수수료가 자생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탄생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제화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입점업체 중 40%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가 늘고 있고, 하위 30%는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위기에 빠져 있다"며 "백화점 수수료에 이의를 제기할 제도적 장치나 창구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입점업체의 81%는 입점에 따른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판매수수료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오전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11개사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