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지난 2005년 연 6.7%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A은행 지점장의 얘기를 듣고 한 펀드에 가입했다. 토지를 담보로 연 5%대 금리로 20억원을 대출받아 모조리 펀드에 넣었다. 이름만 펀드일 뿐 정기예금 같은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안심하고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고위험 펀드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이씨는 가입기간 수익금으로 3억원 정도를 수령했지만, 원금은 절반가량 손실을 보아 11억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씨처럼 은행 말만 믿고 고위험 상품에 가입했다 손실을 본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쉽진 않지만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가능하다.

최근 새로운 유형의 신종 금융 상품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가입한 투자자들과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 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만으로 변호사부터 찾는 것은 금물이다. 억울해하는 부분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하는지, 감독 당국의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지 여부를 가린 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

투자 위험 충분히 인지했느냐가 관건

이씨는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근 대법원이 내린 결론은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A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손실금액의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또 이씨가 이 돈을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기대수익까지 계산해 배상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겐 희망을 주는 뉴스다.

그러나 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을 배상받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대부분 펀드에 가입할 때 상품설명서를 받고 설명을 잘 들었다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이나 증권사는 소송에 대비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철저히 확보해두는 게 보통이다. 통상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는 10건 중 1건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나마 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는 피해자가 과거 한 번도 펀드에 가입한 경험이 없거나 펀드의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할 것처럼 설명하는 등 명백한 불완전판매가 인정이 되는경우다.

환율 변동에 의한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한 해외 펀드의 경우에도 배상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

이씨가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투자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은행 지점장이 가져온 계약서에 '설명을 잘 들었다'는 서명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상품설명서나 약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씨는 지점장으로부터 "정기예금처럼 확정금리를 제공한다"는 설명만 들었다. 명백히 불완전판매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또 배상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투자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입한 과실 책임을 묻기 때문에 판매사나 운용사의 배상 책임을 일부러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 역시 투자 손실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배상금액을 일부러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였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펀드에 가입하기 때문에 '수익자 위험 부담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소비자원에 민원도 가능

펀드뿐 아니라 보험 불완전판매도 금융분쟁의 단골손님이다. 보험의 경우 상담자의 설명이 약관과 상이하게 다를 경우, 가입한 지 3개월 이내에 해지를 신청하면 보험료를 돌려준다.

그 밖에도 금융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했거나 억울한 피해를 입었을 땐 금융감독원(국번 없이 1332, www.fss.or.kr)에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금감원은 민원이 접수되면 최대 3개월 이내에 조정안을 마련해 준다. 만약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는 금감원의 '소송지원제도'를 활용해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을 지원받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분쟁조정팀(02-2003-9421~4, www.kofia.or.kr)도 금융기관과의 분쟁을 이른 시일 내에 조정해준다. 한국소비자원(02-3460-3000)도 금융 민원을 접수하고, 금융소비자연맹(02-737-0940~1)은 분쟁 해결을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상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