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CJ그룹이 30일 하반기 신입 사원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이 본격화됐다. 30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20대 그룹은 하반기 대졸 신입 사원을 약 3만5000명 뽑는다. 고졸 기능직도 1만5000명가량 채용할 방침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유럽 재정 위기 등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채용 규모를 10%가량 늘려 잡았다. KB금융·한국씨티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9월부터 본격적인 신입 사원 공채에 들어간다.

올해는 특히 학력과 성별, 지역 차별을 없앤 '열린 채용'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그룹은 대졸 신입 사원 공채에 고졸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우조선해양·한국중부발전 등은 고졸 관리직을 따로 뽑거나, 비(非)수도권 대학 출신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학력과 지방대 차별을 없애고 여성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하반기 채용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채용 규모 늘려

삼성그룹은 하반기 대졸 신입 사원을 4500명, 대졸 경력직을 2500명, 고졸 생산직을 약 5500명 채용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그룹도 하반기에 작년보다 10%가량 채용 인원을 늘려 대졸 신입 2200명, 경력직 920명, 고졸과 전문대졸 생산직 850명을 선발할 계획이며, SK그룹은 하반기 대졸 신입 1000명 이상, 경력직 1000명 이상을 각각 채용할 방침이다. 이 그룹들의 채용 규모는 대졸·경력직·고졸 생산직 전 분야에 걸쳐 작년 하반기보다 각각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사진=오종찬 기자

LG그룹만 하반기 대졸 공채 규모가 900명 안팎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상반기에 올해 전체 채용 목표의 77% 이상을 뽑았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작년 하반기보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37.5%에 달했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14.3%에 그쳤다. 44.6%는 '작년 하반기와 비슷한 규모'라고 답했다.

학력 철폐 등 열린 채용 크게 늘어

9월부터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 채용의 가장 큰 흐름은 열린 채용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고등학교 평균 점수 80점(100점 만점)과 중급 회화 실력만 갖추면 고졸도 대졸 신입 사원 채용에 도전할 수 있다. 삼성은 특히 중국어 어학 자격 보유자에게 최대 5%까지 가점을 부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에 고졸 관리직 100명을 뽑아 월급·승진·보직 등 인사관리에서 대졸 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고 밝혔고, IBK 기업은행이 고졸 사원을 채용한 이후 금융권에서도 학력·나이·전공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직원 채용 심사에서도 스펙(spec·영어 학점 등 자격 요건)보다는 채용 대상자의 '스토리'가 더 비중 있게 평가되는 추세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하고 있는 데다 영어 성적 등이 실제 업무 수행 능력과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스펙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삼성에서는 부장급 실무 면접에서 영어 실력보다는 전공 지식에 대한 평가가 더 중시되고 SK텔레콤도 서류 심사 때 영어나 학점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따로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