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요즘 은행권에선 '결합(Fusion)'이 대세다. 적금과 신용카드를 혼합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일부 은행에선 올해 출시된 각종 예금과 적금 상품 가운데 이러한 결합형 상품이 판매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다.

최근 결합 열풍은 은행과 카드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 상품을 출시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고객들 입장에도 원래 사용하던 신용카드와 은행이 제각각일 때보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일 경우 금리 우대 혜택 등이 더 많아질 수 있고 자산을 관리하기도 수월해 장점이 많다.

◆둘이 함께 뭉치면 금리 쑥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최근 'KB굿플랜적금'과 'KB국민 굿플랜카드'를 출시했다. 소비의 매개체로만 여겨졌던 신용카드에 저축의 개념이 더해진 것으로, 금융소비자 대다수가 보유한 카드가 재테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적금 가입액은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전달 카드 사용액의 20%(월 30만원 한도)다. 매달 저축액이 카드 사용액에 따라 자동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적금에 돈을 넣고 만기까지 유지하면 카드 포인트를 추가로 더 챙겨서 최대 6%까지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생활의 지혜 적금 JUMP'를 선보였다. 최고 금리는 연 12%. 기본금리는 연 3.2%이지만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 카드'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고 8.1%까지 주고 은행 거래액에 따라 최고 연 0.7%까지 추가로 금리를 준다. 전월에 쓴 카드 금액에 따라 그달 저축분의 우대금리가 달라진다. 전달 카드 사용액이 25만원 미만이면 연 0.2%포인트뿐이지만, 카드 사용액이 클수록 우대금리가 뛴다. 카드로 100만~125만원을 쓰면 연 6.5%포인트, 125만~150만원은 연 7.5%포인트 금리를 더 얹어 준다. 단, 월 저축액은 30만원까지로 제한되어 아쉽다.

이 상품과 대응되는 상품이 지난 7월 초 우리은행이 출시한 '매직7적금'이다. 매직7적금은 우리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7%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으로 지난 18일까지 17만계좌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보름 만에 8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기본금리는 연 4%이지만 우리카드를 전년도보다 연 500만~1000만원 이상 더 쓰면 연 3%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하나은행과 하나SK카드도 올 초 '하나 씨크릿 적금'을 내놨다. 적립된 카드 포인트는 매달 최대 5%까지 자동으로 적금으로 불입해준다.

◆실제 혜택 꼼꼼히 따져야

통장과 카드를 같이 쓰면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은행도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급여 또는 연금을 이체한 실적이 있거나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인 '넘버N 카드'를 이용한 소비자가 넘버N 통장을 결제계좌로 쓰면 각종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를 포함해 은행의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인출 시 수수료가 면제된다.

'넘버N 월 복리 적금'에 가입하면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합상품을 이용할 때는 무턱대고 가입할 게 아니라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들이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고 8%까지 금리를 높여주겠다고 하지만 실제 최고 금리를 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매직7적금은 월 저축액이 25만~50만원이라면 전년도보다 1000만원 이상 카드를 더 써야 보너스 금리를 챙길 수 있다. 금리를 추가로 더 받으려는 부푼 마음에 가입했다가는 별다를 것 없는 혜택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