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경표

영세사업자 김모 씨는 얼마 전 새마을금고 문을 두드렸다. 사업 자금이 부족한데 최근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의 대출 금리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미 카드사와 저축은행에서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는 김 씨는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 대신 비교적 대출 요건이 덜 까다로운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기로 한 것이다.

금융권에서 대출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와 비슷한 증가 폭을 기록한 반면 비은행권에서는 크게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분기보다 5조4000억원 늘어, 1분기와 똑같은 증가 폭을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주택담보대출은 2조5000억원 늘었다. 작년 4분기에 2조9000억원 늘었던 것보다는 다소 축소됐지만 지난 1분기(1조8000억원)보다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증가 폭은 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3조원이나 확대됐다.

보험사 대출도 마찬가지다. 보험사 대출은 8000억원 늘어 작년 4분기 이후 꾸준히 큰 증가 폭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주문하면서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대출 증가도 문제지만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 대출 증가도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융기관에선 저소득층이 대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비은행권의 대출 부실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대적인 대출 규모가 은행들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분기 말 현재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0.8%, 부실대출 비율은 0.33%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보다 1.27% 늘어나 1분기(1.45%)에 비해 증가율이 하락했다. 다만 최근 은행권이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출 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은행권으로의 풍선효과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