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본입찰을 개시할 예정이던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하이닉스의 주가가 폭락한 데다, 예비입찰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017670)STX(011810)가 실사 기한을 연장토록 요청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하이닉스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SKT, STX는 지난달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6주 일정으로 예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하이닉스 채권단은 예비실사가 끝나고 1주일 후인 9월9일에는 본입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유럽국가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9일 기준 하이닉스의 주가는 1만5600원, 시가총액은 9조2379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하이닉스 예비입찰 참가의향서 접수일인 지난달 8일 주가 2만6600원, 시가총액이 15조7518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열흘 만에 주가가 41% 폭락하고 시가총액은 6조원 이상 증발한 것이다.

이에 채권단 관계자는 “본입찰 전까지 하이닉스의 구주와 신주 비율 등 평가기준을 확정해 입찰제안서를 준비해야 하지만 최근 시장이 불안해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예비실사가 끝나는 9월2일보다도 입찰제안서 확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에 참여하는 두 기업이 실사 기한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을 확답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 하이닉스 채권단의 주요 구성원이던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입찰 평가기준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채권단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하이닉스 채권단은 가능한 시간을 끌지 않고 하이닉스를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시장 상황이 불안해도 가격조건만 맞는다면 최대한 빨리 하이닉스 매각을 끝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