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구글 쇼크인가? 아니면 큰 흐름의 다운턴(down-turn, 대세 하락)의 시작인가?'

한국 증시를 대표하고, 버팀목 역할을 하던 '간판주이자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끝없이 추락 중인 가운데 그 정확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5.7포인트(6.2%) 폭락한 1744.88로 장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도 4.1% 급락하며 68만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알려진 대로 IT업계의 대표주.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4.9% 빠지는 사이, IT 기업들 주가는 배가 넘는 33.6% 폭락했다.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것) 비중도 19일 현재 올 들어 최저인 16.2%까지 떨어졌다. LCD와 TV의 부진은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고, 국제 반도체 가격도 원가 이하로 폭락했다. 유일한 성장 분야인 스마트폰도 삼성전자만 힘겹게 애플을 뒤쫓고 있지만 특허 소송 등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른 기업들은 더 나빠 아예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각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 산업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폭락하는 IT 주가

삼성전자 주가는 19일 68만원(종가)으로 최근 1년간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도체와 LCD·휴대폰·TV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삼성전자는 그나마 다행인 편. 올 들어 주가가 이미 반 토막 난 LG전자(5.8%)를 비롯해 전자부품 기업인 삼성SDI(12%)·삼성전기(9.9%)·LG이노텍(8.6%)·LG디스플레이(4.4%)의 주가도 19일 동반 폭락했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는 M&A(인수합병) 대상이라는 호재가 있는데도 이틀 연속으로 주가가 10%씩 급락했다.

우리나라 IT 기업의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은 왜일까? IT 산업이 경기 변화에 민감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 모건스탠리·시티그룹 등 해외 유명 투자은행이 선진국과 세계시장의 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자 IT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IBK증권 남태현 애널리스트는 "IT 기업은 3·4분기로 넘어가면서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요인 덕분에 실적이 좋아진다"면서 "올해는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별로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IT 산업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나

대표 IT업종인 반도체와 LCD· TV·PC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완제품의 성장세는 올 들어 눈에 띄게 무뎌지고 있다. 반도체를 가장 많이 쓰는 PC는 애플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에 밀려 지난 2분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고작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1기가비트(Gb) 용량의 주력 D램반도체 가격은 17일 현재 0.61달러로 올 초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LCD TV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올해 LCD TV 판매량은 작년보다 8%나 줄어들 전망이다. 선진국 LCD TV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 우선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 업체인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대만·일본으로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LCD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구글이 미국의 대표적인 휴대폰 기업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 시장에 뛰어든 것도 위협 요인이다. 여기에 소프트 기술의 취약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용 종합 솔루션 서비스 등 신(新)성장 분야의 대응도 늦다.

성균관대 정태명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우리가 10년 동안 이야기했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융·복합화가 눈앞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소프트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 IT 산업은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