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가맹점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이 가맹점주를 배려하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업체인 SPC그룹은 최근 가맹점주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내세우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특히 신규 점포를 낼 때 인근 지역 점주와 협의해 가급적 새로운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견이 있을 경우 변호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고충처리 위원회가 조정을 하기로 했다.

주저앉는 소상인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 있는 수퍼마켓이 점포정리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이 가게는 주변에 대기업 계열 기업형수퍼마켓(SSM)이 들어온 이후 매출이 떨어지자 문을 닫기로 했다.

SPC 김범호 전무는 "가맹점주의 애로사항을 들으니 신규 점포와의 상권 충돌로 손해가 예상되거나, 인테리어 교체·장비 구입 등으로 재정적인 문제에 봉착할 때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면서 "무상으로 장비를 임대해주거나 리뉴얼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의 경우 개장 후 5년 정도는 기존 장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면 그만큼 가맹점주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CJ는 그룹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이 지역특화된 전통 장류·두부·김치 중소업체를 발굴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국 유통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 및 마케팅 지원도 한다. CJ제일제당은 3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만들어 협력업체에 저리(低利)로 사업자금을 지원한다. CJ푸드빌은 빵집 체인점인 '뚜레쥬르' 가맹점의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키 위해 160억원가량의 상생자금을 확보했고, 헬스&뷰티 스토어인 올리브영은 모든 신규 가맹점주에 대해 4500만원을 무상지원키로 했다.

한양대 한상린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대기업 상생의 형태는 자영업자에 대한 일부 지원, 즉 '물고기를 던져주는' 형태였다면 최근 상생은 자활할 수 있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운영행태가 결국 사업 성공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