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을 20~30%가량 낮춘 '저가(低價) 통신사'(일명 MVNO)들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저가 통신사는 수조원이 드는 통신 설비를 구축하지 않는 대신 SK텔레콤과 같은 기존 통신사의 설비를 도매가로 빌려 사용하는 업체다. 막대한 투자 부담이 없는 만큼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지난달 초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아이즈비전이 SK텔레콤의 통신 설비를 임대해 저가 통신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한 달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각각 '가입자 수 300명'이다. 장윤식 KCT 대표는 "각오는 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너무 냉랭하다"고 말했다.

싼데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저가 통신사의 요금제는 한 달 통화량이 100분 이하인 고객에게 매력적이다. 아이즈비전의 'PPS50' 상품은 기본료 5000원에 초당 통화료 2.19원이다. 기본료가 없는 상품도 있다. KCT도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통화량이 적은 소비자라면 SK텔레콤에 비해 20~30%가량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번호 이동이 안 된다. 이 상품을 이용하려면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한다. 멀티미디어메시지(MMS)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MMS는 40자가 넘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나 사진·동영상 등을 보내는 서비스다.

스마트폰과 같은 최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이즈비전의 경우 SK텔레콤이 팔다가 남은 재고폰이나 중고폰을 대량으로 구매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3~4년 전 구형 모델일 수밖에 없다.

아이즈비전의 이통형 대표는 "번호 이동이나 MMS 서비스는 내년 4월쯤부터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저가 통신사를 안착시켜 통신요금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