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서 업종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7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해 2009년 3분기 1.0%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한은이 전망한 3.8%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이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0.8%로 1분기(1~3월)의 1.3%보다 0.5%포인트 줄었다.

이는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10.2%로 전분기의 16.8%보다 둔화된 데다 건설투자가 8.6% 감소해 1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업종은 2분기 수출액이 각각 7.5%, 3.1%씩 뒷걸음질쳤다. 지난 1분기엔 반도체 수출이 14.2% 늘었고, LCD는 0.9% 감소했는데 2분기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작년 1분기 평균 2.5달러였던 D램 가격은 지난 2분기 0.95달러로 61% 급락했다. 32인치 LCD TV화면 값도 2010년 1분기 평균 207달러에서 지난 2분기에 150달러까지 떨어진 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1위 LCD업체 LG디스플레이는 작년 4분기(10~12월)부터 올 2분기까지 총 674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경기도 파주시에선 LG디스플레이의 설비 증설을 예상하고 미리 빚을 내 장비 부품을 사뒀던 개인 납품업자들이 LG디스플레이가 경기 악화로 증설을 미루는 바람에 파산하기도 했다.

반면 2분기 자동차·조선 업종의 수출액은 작년보다 각각 26.2%와 6.0%씩 늘어났다. 자동차는 경쟁국 일본이 대지진으로 주춤하는 사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고, 조선은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었다. 현대차는 상반기 글로벌시장에서 작년보다 10.6% 증가한 195만대를, 기아차는 25.3% 늘어난 124만대를 판매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142억달러를 수주해 이미 연간 목표치인 115억달러를 넘어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2분기에 일본 지진, 중동 정치불안, 유럽 재정위기 등이 몰리면서 수출이 둔화됐다"며 "하반기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면서 완만한 회복을 이어가 연간 성장률은 4.3%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