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옥수동에 사는 최모(60)씨는 집 근처 은행에 돈을 찾으러 들렀다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적금에 가입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최씨는 최근 수년간 적립식 펀드 등에 투자하면서 적금 통장은 거들떠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상품 안내서를 챙겨 와 꼼꼼히 살펴보니 금리가 나쁘지 않고 매월 일정 금액을 넣으면 씀씀이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적금 가입을 고려해보기로 했다. 요즘 최씨처럼 적금에 관심 갖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적금은 서민들의 대표 상품이지만 초저금리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한물간' 상품으로 취급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고금리 이자를 주는 신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적금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예·적금을 늘리고 대출을 줄이라는 정부 규제 때문에 은행들의 고(高)금리 적금 출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새로 나온 고금리 적금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최대 연 7%까지 이자를 주는 'Magic7(매직세븐) 적금'을 내놨다. 이 적금 기본 금리는 1년제 연 4%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 적금 가입 고객이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우리은행으로 지정하고 작년 신용카드 이용 실적에 비해 적금 가입 후 카드 이용금액을 늘리면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적금을 월 25만원 이하로 납입하고 신용카드를 작년보다 300만원 이상 더 쓰면 이 적금 금리가 연 6%로 올라가고 작년보다 500만원 이상 카드를 더 쓰면 적금 금리가 연 7%까지 올라간다. 이 적금은 신용카드 사용액이 적었던 소비자가 우리은행으로 카드 결제계좌를 바꾸고 한 카드로 결제를 모을 경우 유용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이 적금을 2조5000억원의 계약금액 한도로 한시 판매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단체로 가입하면 금리를 더 주는 'KB국민 프리미엄 적금'을 선보였다. 이 적금의 기본 금리는 연 4.2%지만 5인 이상 단체로 가입하면 3년제의 경우 최고 0.9%포인트까지 추가 금리가 주어진다. 또 급여이체를 신청하거나 KB카드 이용 실적이 있을 경우 0.3%포인트를 더해 3년제 최고 연 5.4%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또 만 18세부터 만 38세의 직장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월 1만~30만원의 소액 예금에 최고 연 5%(월복리 효과 고려시 연 5.2%)의 금리를 주는 'KB국민 첫 재테크 적금'도 내놨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장기 기증 등록을 하면 최고 연 5.9%의 금리를 주는 '바보의 나눔 적금'을 내놨다. 이 적금은 3년제 기본 금리가 연 4.7%이고 장기 기증 등록을 하면 0.5%포인트, 출시 기념으로 0.2%포인트 등을 더해 3년제 최고 연 5.9%의 금리를 준다. 하나은행과 하나SK카드는 지난 2월 매월 최대 5%까지 적립된 카드 포인트를 적금으로 자동 불입해주고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5.3%까지 금리를 주는 '하나 씨크릿 적금'을 선보였다.

기업은행은 지난 7일 최고 연 4.4%의 금리를 주는 'IBK탄생기쁨 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1년제 기본 금리가 연 3.6%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0.2%포인트, 최초 신규 고객의 경우 0.2%포인트 등 최고 0.6%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여기에 올해 7월과 8월에 태어난 자녀 명의로 가입하면 0.2%포인트의 이벤트 금리가 더해져 최고 연 4.4%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농협은 20일 2000명 이상 적금 고객이 모집되면 3년제 최고 연 4.42%의 금리를 주는 인터넷 공동 구매 정기적금(11-2호)을 내놨다.

주의할 점은 없나

고금리를 내건 새 적금 상품이라고 항상 우대금리를 주지는 않는다. 은행 직원들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고금리를 준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장점만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Magic7 적금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크게 늘려야만 고금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카드 결제금액을 쉽게 한 장의 카드(우리은행 결제계좌)로 모을 수 없다면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 또 KB국민 첫 재테크 적금의 경우 가입 나이와 불입금액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 씨크릿 적금도 하나SK카드와 같이 이용해야 카드 포인트를 적금 통장으로 이체할 수 있고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인터넷 공동 구매 적금과 같은 공동 구매 상품의 경우 목표 가입자 수가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