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빚더미에 눌려 휘청거리고 있다. 포르투갈·스페인·아일랜드·이탈리아까지 남유럽 전반으로 재정위기가 번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남 일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그리스만큼 힘들어하는 가계들이 적지 않다. 개인 부채는 1000조원이 넘었고,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와 금리, 전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남의 집에 사는 세입자들이나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은 있지만 대출금 갚느라 쓸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잠을 설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재정안을 내놨던 것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름휴가 기간 중에 활용하면 좋을 '우리집 긴축안' 마련법을 소개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부터 시작

유럽연합은 재정위기가 확산되자 유럽 91개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을 심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진행했다. 은행들이 다양한 위기시나리오에서 버틸 수 있는 자산이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우리집 재정 상태도 비슷한 방법으로 부실 상태를 점검해보자. 대출금리가 1% 더 올라도 버틸 수 있는가? 몇년 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은 댈 수 있는가? 전세금이 올라가면 충당할 자금이 있는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여유자금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여유자금이 없다면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저축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부채 대비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따지는 것처럼, 가계의 소득 대비 저축률을 따져보라고 말한다. 장성주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사회 초년병이나 신혼부부는 월급의 50% 이상은 예금·펀드 등에 저축하고, 이 돈의 20%는 단기 융통이 가능한 상품으로 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미래에 필요할 목돈을 예상하고 그에 맞게 저축액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고정비용, 줄일 여지 있다… 연말정산 계획도 세우자

그리스의 긴축재정안에는 국유기관 민영화, 사회복지비 삭감, 증세 등 씀씀이를 줄이고 나라 금고를 채우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가계도 불필요한 지출이 없는지 가계부 대점검이 필요하다.

먼저 보험료처럼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고정비용부터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가계가 지출하는 평균 보험료는 소득의 25% 정도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보험료는 소득의 20%가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만약 비슷한 보험을 중복 가입했거나 과도한 특약을 설정했다면 조정이 필요하다. 공시이율과 연동되는 저축성 보험은 물가상승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수익성이 좋은 변액연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유태우 삼성증권 본점 PB팀장은 "휴가 때 자신이 가입한 보험 약관을 모두 들고 어떤 부분을 보장하는지 전문가와 꼼꼼히 상담한 뒤 리밸런싱하라"고 조언했다.

둘째, 연말정산 계획을 세우자. 많은 직장인들이 연말만 되면 소득공제액이 적어 후회한다. 가족 중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부양가족을 몰아주고 소득공제 한도가 신용카드(20%)보다 5% 높은 체크카드 지출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연금저축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확대된 만큼 한 달 납입금액을 최대 33만4000원까지 늘리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마지막엔 '출구 전략'을

아끼기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대출금을 빨리 갚고 과거 삶의 질을 회복하기 위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짜야 한다. 그러려면 아낀 돈을 투자로 조금 더 불려나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지출보다 절약할 목표 금액을 정해놓고, 아낀 돈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김한성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센터장은 "50만원을 아꼈다면, 이 돈을 하나의 펀드에 가입하기보다 20만~30만원씩 나눠 2~3개 펀드에 시차를 두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수익률 15~20% 정도를 목표로 잡고 1년쯤 후 목표치에 도달하면 해지해서 그 시점에 맞는 다른 펀드에 가입하는 식으로 굴리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마이너스 통장은 금리가 7~8%대, 제2금융권은 그보다 더 높아 펀드로 이 정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며 "아낀 돈을 굴리기보다 이런 대출금은 최대한 빨리 갚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