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몰라도 외국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모르는 글자로 적혀 있는 식당 메뉴판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고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어도 간단히 숙소를 찾아갈 수 있다.'

인간이 이런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단순히 꿈이었지만 이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스마트폰뿐이다.

에릭 슈미트(Schmidt) 미국 구글 회장은 19일 일본 도쿄(東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구글 모바일 혁명' 행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기존 인지(認知)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강 인류(키워드 참조)'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는 구글이 꿈꿔온 모바일(스마트폰·태블릿PC를 비롯한 각종 휴대기기)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몰라도 대화 술술… '증강 인류' 시대가 온다

'증강 인류'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상의 방대한 정보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처럼 활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일을 간단히 할 수 있게 된다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 유행했던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개념을 더 확장한 것이다.

증강 현실은 영상 위에 글자 등을 통해 시각적인 정보를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증강 인류는 사람의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에 해당하는 센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거리에서 흐르는 음악에 반응해 스마트폰 화면에 노래 제목과 가수가 뜨거나, 운동 중에 심장 박동이 너무 올라가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식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인터넷과 연결돼, 기존 인지(認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날 행사장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두 사람이 각각 영어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시연했다. 구글 직원이 스마트폰에 대고 영어로 "도와줘서 고맙다(Thank you for help)"고 말하자, 이 문장이 그대로 일본어로 번역돼 흘러나왔다. 다른 직원이 일본어로 "별말씀을(どういたしまして)"이라고 답한 것도 곧장 영어로 바뀌어 나왔다. 두 사람이 여덟 문장을 주고받는 동안 잘못된 번역은 딱 1번 나올 정도로 정확도가 높았다.

자동번역 분야의 책임연구원 조시 에스텔(Estele)은 "현재 63개 언어를 서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영어와 일본어 간 번역은 오류가 좀 있지만 영어와 스페인어처럼 비슷한 언어는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편의냐, 프라이버시냐" 선택해야

이런 기술이 가능해진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 덕분이다. 예전 PC에서도 사진 속의 글자나 음성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번역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PC를 항상 지니고 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지니고 다닌다.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것이다.

슈미트 회장은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데는 우리가 개발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공개했다. 그는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은 돈 많은 서구 사람들이나 쓰는 비싼 물건에 그쳤겠지만 이제는 200달러(21만원)짜리 제품도 나왔다”며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속의 모든 정보를 꺼내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는다. 개인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요한 샬크윅(Schalkwyk) 수석 엔지니어는 “결국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며 “누구나 ‘더 편하게 세상을 살 것이냐’, ‘더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살 것이냐’ 중 하나를 골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증강 인류(augmented humanity)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개념. 산소통과 같은 잠수 장비를 가진 사람이 깊은 물속에 들어갈 수 있듯,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인터넷과 연결돼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음성 인식, 자동 번역 등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지 않고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