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경북 경산)는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달 발표한 '2011 세계 대학 평가 수학 분야'에서 서울대와 나란히 1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카이스트는 151~200위권에 들었다.

영남대의 이같이 놀라운 성과는 전기공학과 박주현(44) 교수의 연구 실적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1년에 한 편도 쓰기 어렵다는 SCI(국제논문인용색인) 논문을 2000년 이후 170편이나 썼다. 국내 저널과 국내외 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을 합하면 290여편에 달한다. 1년 평균 SCI 논문 16편을 포함해 26편의 논문을 쓰는 셈이다.

이처럼 박 교수가 우수 논문을 많이 쓰면서 영남대는 QS 평가지표 중 하나인 '논문당 인용 수(citation)'에서 83.5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점수는 세계적인 명문 미국 예일대(85.5점)와 비슷하고 스탠퍼드대(74.2점)보다 더 높다. 인용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논문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 높은 논문을 많이 발표해 영남대의 수학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주현 교수. 박 교수는 2000년 이후 SCI(국제논문인용색인) 논문을 170편 썼다.

박 교수가 이처럼 탁월한 성과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동료들은 박 교수를 두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머리가 비상하다" "괴물같이 연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과음해도 다음 날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연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 작업을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방학인 요즘에도 오전 8시면 어김없이 연구실에 출근해 밤새 인터넷에 올라온 전 세계 학자들의 논문부터 읽는다.

경북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포스텍(POSTECH)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순수 국내파'인 박 교수는 2000년 서른셋의 나이로 영남대에 처음 부임했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는 제어공학 중에서도 로봇과 같은 응용 분야가 아니라 이론 분야인 비선형 동역학(Nonlinear Dynamics)이다. 복잡한 자연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학문이다.

그는 한 주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 싶으면 2~3년마다 또 다른 주제를 찾는다. 박 교수가 쓴 논문이 많이 인용되고 이름이 알려진 것도 누구도 손대지 않은 분야를 개척해왔기 때문.

2008년엔 SCI급 국제 저널 '응용수학 및 컴퓨테이션'의 종신직 부편집장에 선임됐다. 논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편집장을 맡는 것은 학자들에겐 최고의 영광으로 꼽힌다.

교수들은 "지방대 교수가 박 교수만큼 성과를 내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말한다. 대학원 학생이 많아 연구 인력이 풍부한 서울 주요 대학에 비해 지방대는 대학원생이 적기 때문이다. 지금 박 교수가 맡고 있는 대학원생은 1명뿐이다.

"더 좋은 곳(대학)에 가지 그러느냐"는 권유를 받곤 하지만, 그다지 흥미가 없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지방대의 위기라고 해도 학자가 연구하는 것은 서울에 있거나 대구에 있거나 다 똑같다"며 "연구는 학교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